19. 고해 성사 중에
나타나신 예수님 (1981년 5월 26일)
나는 예비자 때부터 성령쇄신운동 봉사자로 일하게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보이며 칭찬의 말을 하기 시작하자 주위의 일부 봉사자들로부터 오해와 시기와 질투, 모함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중 특히 M자매님은 내가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하여 사사건건
반대를 하며 제동을 걸어 왔는데 상식적으로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무리한 요구들을 해 왔기에 가끔씩 인간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었으나
「나를 겸손으로 이끌어 준 은인」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자매님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과 보속으로 봉헌하며 생활의 기도를
바쳐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해남에서 있었던 7주간의 성령 세미나에서 할머니들
팀장을 맡아서 봉사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내가 가장 젊기 때문에 언제나 가장 젊은 팀을 맡아서 해
왔는데 그동안 할머니 팀의 팀장을 맡아서 해오던 그 M자매님이 할머니들이 싫다고 하는 바람에 평상시에도 할머니들을 좋아한 내가 자청한
것이었다.
할머니 팀의 대화 내용 중 주된 화젯거리는 천편일률적으로
며느리와의 갈등이었다.
나는 할머니들과 대화할 때마다 며느리와의 갈등으로 인해 상처 나고
굳어져 메마른 마음을 주님께서 친히 녹여주시고 사랑의 불을 놓아주시며, 또한 온전히 치유해 주시기를 봉헌하면서 하느님과의 사랑과 결부시켜서
이야기 해 주었더니 얼음장같이 차디차기만 했던 할머니들의 마음이 어느새 봄눈 녹듯이 녹아 내렸다.
내 팀에 속한 15명의 할머니들은 서서히 사랑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성령 세미나는 참말로 기쁘고도 즐겁네."
"이번에는 안할라고 생각했는디, 팀장님 말을 쭉 들어본께 참말로
구구절절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소."
"그랑께 이번에 오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라우."
"참말로 이것이 바로 주님의 부르심이 아니드라고?"
등등 하면서 너무들 좋아 하셨다.
그러던 어느 주에 팀장 토의가 있었는데 M자매님이 열을 내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내 팀에 속해 있는 한 할머니의 며느리가 바로 M자매님의 팀에
속해 있었는데 그 며느리 되는 사람이 팀장으로 있는 M자매님에게 시어머니에 대하여 어떻게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나를 그 할머니로 착각한
듯 나에게 호통까지 치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는가? 그들이 서로 갈등 속에 있다면
화해시켜주고,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어 주어야 마땅하지 않는가' 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있었기에 그 M자매님이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죄송합니다. 제 잘못이 있으면 더 많이 꾸짖어 주시고 바로 잡아 주세요" 하고 진정으로 용서를 청한 뒤 M자매님 팀에 속해 있는 그 젊은
자매를 만나서 내 팀에 속해 있는 시어머니와 화해를 시켜 드렸다. M자매가
"할머니들은 밤에 나와봤자 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니 나오지
말라고 합시다" 하기에 내가 "할머니들은 제가 책임질 테니 못나오게는 하지 말아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M자매님이 대뜸 "율리아, 네가 뭘 알어?
나는 이제까지 할머니들을 많이 맡아봐서 내가 더 잘
알지"
하기에 회장님께 말씀을 드려서 할머니들이 밤에도 나오시도록 조치한
뒤 하느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하였다.
성령 세미나 마지막날 밤에는 할머니들 모두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천진 난만하게 얼싸 안고 춤을 추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그동안 갈등 속에 있었던 며느리들을 찾아가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며 서로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청하면서 주님의 참 사랑을 나누었는데 돌연 M자매님이 나에게
"아니, 여기가 뭐 잔칫집인줄 아냐?"
하고 또 호통을 치면서 눈을 흘기시기에 나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서로가 화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면 오히려 좋아 할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이었고 그 때문에 마음이 아팠으나 주님께 빨리 봉헌했다.
'오! 주님! 제가 행여라도 교만해지거나 자만심에 빠질까봐서
주님께서 저를 겸손해지도록 은인을 보내셨군요'
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M자매님에게 주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내려주시어 할머니들을
무시하지 않고 사랑으로 잘 돌볼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그 자매님을 봉헌했다.
그리고 또 '사랑을 전해야 될 그분이 나 때문에 화를 내고 역정을
부렸으니 이 모든 것은 제가 있음으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니 모두 제 탓입니다' 생각하면서 고해 성사를 보았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면서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였더니
신부님께서 "좋은 고해 성사를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성사를 본 사람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자매님의 잘못은 하나도 없지만 그러나 「내
탓」으로 돌리는 그 착한 마음만은 영원히 간직하며 사세요" 하고 신부님께서 사죄경을 해 주시는데 그 순간 갑자기 고해소가 환해지더니 신부님 뒤로
아이보리색 옷과 망토를 걸치고 입고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신부님이 하시는 그대로 하시는 것이 아닌가.
신부님이 강복하실 때 예수님도 똑같이 강복을 해
주셨다.
예수님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너무 놀라 신부님이 고해소에서
나가신 뒤에도 한동안 나오지 못하고 경직 된 채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는데 바로 그때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나의 작은 영혼아!
너는 나의 불타는 성심의 사랑
안에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이웃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언제나 네 자신을 낮추고 비워서 온전히 봉헌하고 있으니 나는 너의 그 겸손한
사랑을 볼 때마다 참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
너의 큰 사랑과 너를 낮추는
그 겸손은 바로 나의 위대함과 너의 보잘 것 없음 가운데 놓여 있는 심연을 채우고 또 채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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