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관광 가지 않도록,
지정해 놓으신 곳을 찌르시다. (1982년 2월 8일 아침)
내가 미용사협회 나주와 영산포 지부 회장으로 일할 때의
일이다.
나주와 영산포 미용사들이 돈을 모아서 음식을 장만하고 상품도
준비하여 관광을 떠나기로 했는데 그 날 아침 나는 갑자기 가기가 싫어졌다.
원래 관광을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가 특히 그 날은 영암에서 성령
세미나 5주 안수식이 있는 날이었기에 내가 빠지게 되면 내 팀은 어떻게 되나 하고 생각하니 더욱 가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어 명분상 빠질 수도 없으니
가기는 가야겠는데 '어떻게 하나?…' 하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갈등 속에 있을 때 마침 부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서 "오늘 내가 없으면 안될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해요.
미안하지만 이번만 부회장님이 좀 인솔해서 가 주시면 안될까요? 다음엔 꼭 갈게요"했더니 "아이고, 회장님이 빠지면 나도 안갈 판인데 누가 가요?
하여튼 지금 거의 다 모였는데 회장님이 가지 않으면 모두들 안간대요. 그러니 알아서 하세요" 라고 하니 이러 지도 저러 지도 못한 채 한참
갈등을 겪고 있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장부가
"여보 어디든지 책임자가 없으면 잘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
성령 세미나는 바오로 회장님께 맡기고 다녀오지 그래"
라며 장부마저도 계획한 대로 관광을 따라 나설 것을
권했다.
그래서 너무 답답한 나머지 이 바오로 회장님께 전화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고 율리아, 율리아가 회장이면 당연히 가야지, 성령 세미나 율리아 팀은 내가 알아서 맡아 해줄게" 하셨다.
나는 가기가 싫었지만 '아, 이제는 꼼짝없이 가야되나
보다'
하며 준비하려고 돌아서는 순간 주님께서 나의 몸에 지정해 놓으신
곳을 '콕콕콕' 하고 아주 아프게 찌르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즉시 '아, 주님께서 내가 관광 가는걸 원하지
않으시는구나' 하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관광을 떠나기 위하여 미용사들이 모인 곳으로 가서 음료수 한 상자 값을 더 주면서 "정말 미안합니다.
다음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속으로 '아휴, 이번에는 반강제적으로 떠맡기다시피 해서
억지로 맡았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회장직은 맡지 말아야지. 다음에는 이번처럼 억지로 떠 맡겨도 거절해야지' 하고 굳게 결심하며 집으로 돌아와서
성모님 상을 모셔 놓은 제대 앞에서 그들의 무사고와 성령 세미나 받으실 분들을 위하여 기도하는데 버스가 전복되는 커다란 교통 사고가 나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놀란 나는 장부에게
"오늘 우리 기도 많이 해야 되겠어요, 차 사고 나지 않도록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더 많은 기도를 합시다" 했더니
"에이, 20년 무사고 운전사인데 무슨 차 사고가 나겠어. 당신이
안 따라가서 걱정이 많이 되는가 보구먼" 하기에
'정말 그럴까?' 하며 약간은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기도 중에 차 사고가 나는 현시를 분명히 보았고 차 사고
날것 같다고 말했는데도 주님께서 지정해 놓으신 곳을 찌르지 않으셨기에 그것은 오늘 그들을 위하여 기도를 많이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하루 종일
계속해서 그들의 무사고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오 내 사랑 나의 주님!
제가 책임자로서 맡은바 일을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지켜주시고 보살펴 주시옵소서."
"오! 내 소중한 작은
아기야,
너는 지금 비록 세속에서
살고는 있지만 그러나 이제는 속인들과 어울려 관광이나 하는 그런 세속인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여라.
진흙탕 속에서도 꽃은 필 수
있지만 그러나 작은 영혼인 네가 진창과 같은 광란의 관광에서 어찌 견딜 수 있겠느냐.
그래서 내가 너를 광란의
도가니에서 빼내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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