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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내 집 잡초는 무성한데 작은 잡초를 캐주러 다니다니요.
     (1982년 8월 12일
)

    

이 바오로 회장님께서 내가 운영하고 있던 미용실에 방문하시어 안방에서 장부에게 W자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계셨는데 회장님은 목청을 돋우어 흥분까지 하시면서 말씀하고 계셨다.

회장님께서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그 놈은 죽일 놈이야"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손님 머리를 만지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방으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W자매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어느 날인가는 다른 여자를 집에까지 데리고 들어와서 버젓이 오른쪽 어깨에는 부인을, 그리고 왼쪽 어깨에는 다른 여자를 눕혀 놓고 자기까지 하는 아주 나쁜 놈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회장님! 그렇게까지 하는데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하고 말씀 드렸더니 "아무리 이유가 있다해도 그것은 짐승이나 할 짓이지 어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냐?"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장님, W자매님 집에 가 보신 일 있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 가본 일은 없어" 라고 하시기에

"그럼 그 자매님의 남편을 만나본 일이 있으세요?"

하고 또 여쭈었더니 만나본 일도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회장님, 어린것이 외람 되지만 한 말씀드릴게요. 우리는 주님을 전하는 봉사자들이니 적어도 우리들만이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거나 비판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래 율리아 말이 맞긴 맞어" 하시기에 나는

그 이튿날 아침 회장님과 함께 W자매님 댁을 물어 물어서 찾아갔다.

왜냐하면 내가 회장님께 그렇게 큰소리치기는 했지만 정말로 그 사람이 지탄받아 마땅할 그런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기에 그것을 확인하고픈 마음에서였다. W자매님은 나보다 나이는 한살 아래이며, 나보다 1년 먼저 성령봉사를 한 자매이다.

그 자매님은 이따금 한번씩 증언대에 서서 남편의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성령 봉사자들 모두가 그의 남편을 욕하곤 했었다.

물어 물어 찾아간 W자매의 집에 들어가니 그는 벌써 집을 나가고 없었기에 안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부부가 잔 이부자리가 그대로 깔려 있었고 요강도 비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으며,

아이들 방도 마찬가지로 이부자리와 요강이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부엌을 들여다보았더니 아침 설거지가 하나도 되지 않은 채 구정물 속에 그릇들이 그대로 담아져 있었고 청소도 되지 않은 채였다. 회장님과 함께 그 모습들을 다 보고 나서 나는 회장님께 말씀드렸다.

"회장님! 이래도 남편이 나쁘다고만 하시겠어요?" 했더니

"아니, 나는 이렇게 사는 줄은 몰랐어" 하셨다.

우리는 W자매가 돌아오기를 계속해서 기다렸는데 오후 늦게야 집에 돌아 온 그 자매는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회장님께서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하고 물으시자 "봉사활동 나갔었어요" 하며 마치 뻔한 것을 묻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니 회장님께서 가만히 계시기에 내가 슬그머니 말을 이었다.

"W자매님! 나가서 봉사하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 집을 먼저 다스리고 봉사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하니 W자매님은

"내가 가서 도와주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하며

아주 당당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 그래요 남을 위해 봉사해주면 당연히 좋아하시겠지요.

그러나 오늘 이런 묵상을 해 봤어요. 내 집에 자란 큰 잡초는 그대로 놔둔 채 남의 집에 자란 작은 잡초를 캐주러 다닌다면 순서가

좀 뒤바뀐 것 같지 않나요?

W자매님, 남의 집에 자란 작은 잡초는 캐주러 다니면서 정작 내 집에 자라고 있는 무성한 잡초는 뽑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놔둔다면 나중에는 자랄 대로 자라나 수풀이 우거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자매님! 내 말에 대하여 분심 갔다면 용서해 주어요" 했더니 남편에 대하여 또다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매님, 우선 모든 것을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리면서 W자매님이 더 노력해 보세요. 그리고 남편이 뭘 좋아하는지, 남편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가정을 먼저 충실히 돌보세요.

남편이 언제 들어오더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집안을 잘 정돈해 놓고 남편을 소중히 여긴다면 다시 새 사람이 될 수 있어요"

하며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손잡고 기도했다. 회장님께서는 기도 중에

"주님!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어린 아이로만 생각했던 율리아를 통하여 많이 배우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릇된 편견으로 남을 함부로 판단하고 함부로 말했던 것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가정을 주님께서 다스리시어 성 가정이 되게 해 주십시오.…"

나는 '한 가정의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마땅히 해야할 기본적인 도리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무관심 속에 생활하면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뿌리깊은 악습들을' 깊이 탄식하면서 주님께 세상 모든 가정의 성화와 일치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했다.

바로 그때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작은 영혼아!

불쌍한 이 영혼을 너에게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