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나는 또 울고 말았다. (1986년 9월
24일)
수술 뒤에도 봉 할아버지를 모시고 매일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차편이 너무나
불편하였다.
그런데 통원치료 첫날은 다행히도 본당주임 박 요한 신부님께서 봉고차로 태워다 주셔서 우리는 편안하게
손을 잡고 갔다.
한참 가다가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가
"아짐" "예?" "아짐 머리가 참 예쁜데 조금만 더 자르면 더 예쁘겠네요" 하는 말에 나는 또 울고
말았다.
안 그래도 머리를 자를 때가 되었지만 할아버지 병 수발 하느라고 머리손질 한 번 제대로 하지를
못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하고 생각하니 너무 너무 고마워서 울고 만 것이다.
지나가는 차를 보고 "저 차는 무슨 색깔이에요?" "파란색 차요"
"저 차는요?" "검정색 차요" "저 차는요?" "하얀색 차요."
지나가는 모든 차의 색깔들을 하나도 틀리지 않게 모두 알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하느님께 또다시
감사를 아니 드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봉일동 할아버지는 84세(1986년)에 안드레아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받게 되었고 85세에 눈을
떠서 그야말로 하루하루 기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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