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나 차라리 눈뜨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걸…" (1987년 2월 4일)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가 눈을 뜨시게 되자 내가 할아버지를 찾아뵙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3일만에 할아버지를 찾게 되었는데 나를 보시자마자 눈물을 흘리시면서 "나 차라리
눈뜨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셨다.
너무 놀란 나는 "아니, 왜요?" 했더니 "눈이 보이지 않았을 때는 아짐이 매일같이 다녔는데 눈을
뜨고 난 다음부터는 아짐이 더 안 오잖아요" 하는 것이 아닌가.
이때 할아버지는 마치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와도 같아 보였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나 아짐한테 꼭 할 말이 있소."
"무슨 말씀이든지 해 보세요" 했더니 "이 말은 꼭 들어주어야 해요."
"예, 말씀해 보세요."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이 집 한 채 뿐이요. 비록 오두막집이기는 하지만
내가 살아있을 때 이 집을 아짐 앞으로 해 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뒷집에서 이 집을 가질 것이요.
그 사람들은 아주 고약한 사람들이라 내가 죽은 뒤에는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이요. 그러니 어서 나
죽기 전에 서둘러서 아짐 앞으로 해 놓으시오" 라며 간절히 부탁하시는 것이었다.
이 뜻밖의 말에 나는 "그것만은 절대로 안 할래요"
하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정말로 나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할아버지를 그냥 내 친 아버지처럼 모셨는데 할아버지의 청에 못 이겨
혹시라도 이 집을 내 앞으로 해 놓게 되면 내가 재산이 탐이 나서 한 것처럼 되어 버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님께 바쳐질 영광이 가리워질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거절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 죽으면 남 좋은 일만 시켜 버린단 말이요"하며 통사정 하셨지만 내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를 안심시켜 드린 뒤 그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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