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베로니카의 끈질긴 질문 (1985년 12월
13일)
그 청년들을 보내고 나서 글라라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베로니카가 흥분하여 나에게 따지듯이
질문을 했다.
"언니, 언니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두 손 모아 싹싹 빌면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청했어? 그리고 우리가
죄가 있다면 하느님께 기도한 죄밖에 없잖아" 하기에 나는 그냥 웃으면서
"우리가 그들에게 죄 지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잖아"
라고 말해 주었더니 깜짝 놀라서 "뭐라고? 우리가 무슨 빌미를 제공한 거야?"하며 따지듯이 묻기에
"우리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그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 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베로니카는 더욱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언니,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마. 언니는 꽁꽁 얼은 몸으로 그렇게 많이 두들겨 맞고도
주님께 감사하단 말이 나와?
그리고 우리는 주님을 위해서 그 추운 마룻바닥에서 다섯 시간이나 기도하고 왔는데 주님께서는 우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사정없이 두들겨 맞도록 그냥 놔두실 수가 있냐고. 그런데 어떻게 주님께 감사하다고 말할 수가 있어?"
라며 주님께 대한 원망의 말까지 하니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베로니카에게 어떻게 하든지 주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하여
"베로니카야! 모든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단다. 그러나 그 생각의 차이가 백짓장 한 장 차이일 수도 있지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일 수도 있단다.
조금만 돌이켜 생각하면 감사와 기쁨이 될 수 있는 것도 잘못 생각하면 원망이 될 수 있단다.
나는 지금까지 3년여 동안을 주님의 고통에 동참하면서 조금이라도 주님께 위로를 드리고자 했지만 '과연
우리 주님께서 나로 인하여 얼마나 위로가 되셨을까?' 하고 생각할 때마다 늘 부족함을 느끼면서 마음이 아팠단다. 그런데 오늘 나에게 주님께서
이런 사랑을 허락하셨으니 참으로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이것은 바로 주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사랑이 아니냐?
그러니까 감사할 수밖에 없지, 그래서 똑같은 일이지만 원망과 감사는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냐,
그지?" 하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나 베로니카는 "참 기가 막혀, 온 몸이 멍이 들도록 실컷 두들겨 맞고 감사하다고 하니 도대체
언니를 이해 할 수가 없네"
하기에 나는 "그리고 또 있어" "뭔데?"
"하느님께서 나를 죽음에서 살려내시면서 날씬한 19세 소녀로 바꾸어 주셨기에 남자애들이 그렇게 뒤따라
다니지 않느냐, 그것 또한 내가 있음으로 인하여 그들을 죄 짓게 한 원인이 될 수도 있었으니 그 또한 내 탓이 아니냐? 그래서 용서를 청한
거지" 하고 웃으면서 말해 주었더니 그제야 의문이 약간 풀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휴 언니는 정말 못 말려, 정말 웃겨 죽겠어" 라며 웃는 것이었다.
"얘야! 하느님의 법과 인간의 법은 똑같지 않단다. 우리가 대적해서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인간과
인간이 아니라 마귀 사탄이거든, 그래서 우리는 늘 깨어 있으면서 마귀로부터 승리해야 하는 거야.
오늘 우리가 서로 맞서서 싸웠다면 주님께서 받으시는 능욕을 기워 갚기 위하여 5시간이나 바친 우리
기도의 공로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버릴 수도 있지 않았겠니?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거야. 사랑하는 자녀에게 매를 주시고 견책도
하시고 시험도 하신다고…"
"그래? 그렇구나 알았어 언니…"
하며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는 서로 기쁨의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주님 찬미와 영광을 세세히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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