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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놀라운 사랑.  
        (1985년 12월 13일)

    

 주님의 교훈을 받고 너무나도 좋아 뛸 듯이 기쁘고 즐거워 환희로 가득 차 있던 나는 그 동안에 미용실을 하느라 못 다한 집안 일을 찾아서 하기로 했다.

친정 어머니께서 평소에 살림을 돌봐 주셨지만 농사철이면 시골에 가시어 농사를 지으셨으므로 농사철엔 내가 살림까지 해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탄을 때며 석유 곤로를 쓸 때였는데 음식을 불에 올려놓고 손님들 머리를 하면서 주님께 그 자매님과 모든 죄인들의 영혼의 나쁜 것들을 잘라내 주시고 영혼을 아름답게 꾸며주시기를 청하며 열심히 머리를 손질하다보면 생활의 기도화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불에 음식을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 버려 솥을 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날도 미처 닦아놓지 못한 새까맣게 탄 냄비와 솥이 세 개나 있었기에 나는 곤히 잠든 가족들이 깰까봐 쓰레기장 있는 곳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솥을 닦기 시작했다.

꽁꽁 얼다시피 한 온 몸을 두들겨 맞아 몹시 아프기는 했지만 육신의 고통은 영혼의 즐거움으로 다가왔기에 몸이 말을 잘 듣지는 않았으나 생활의 기도화를 실천하면서 솥을 닦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이 탄 솥이라 힘을 다해 닦았는데 솥을 닦을 때마다 점점 하얗게 닦여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소리 질렀다.

"어머머, 우리 주님 감사도 하셔라. 이렇게 시커먼 영혼을 요렇게도 하얗게 만들어 주시다니, 능력의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그리고 감사도 받으시고 영광 받으소서" 하고 기도하니 더욱더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이 세상 사람 날 몰라줘도 이 세상 사람 날 몰라줘도…  뒤돌아 서지 않겠네" " …이 세상 모든 영예와 행복도 슬픔과 괴로움 밀려와도 영원히 주님만 의지하리, 세상 즐거움 다 버리고 세상 명예도 버렸네.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 수는 없네 세상 어떤 것과도 …" 하며 콧노래는 계속 되었다.

냄비와 솥 세 개를 다 닦으면서 아까 그 청년들의 영혼을 주님께서 깨끗한 영혼으로 받아 주실 수 있도록 기도하며 시커먼 솥과 냄비를 닦았기에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모두가 반드시 주님의 자녀가 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동지섣달의 밤은 길기도 하였다. 냄비를 다 닦고 난 뒤 화장실 청소까지 했다.

우리 화장실은 세탁소인 옆집과 공동으로 사용했는데 두 집이 다 영업집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였기에 자주 청소를 해도 냄새가 많이 났다. 물을 퍼 가지고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예수님! 저는 지금 냄새나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지만 주님께서는 주님께서 흘려주신 오상의 성혈로 세상 모든 죄인들의 영혼에서 풍기는 악취와 병든 이들의 육신을 깨끗이 씻어주시고 닦아주시고 막힌 곳을 뚫어 주시어 그들 모두가 치유 받아 이제 새롭게 부활의 삶을 살게 해 주시어요" 하고 화장실 청소를 마친 뒤 나는 계속해서 집안 곳곳을 다 돌아가며 물 청소를 하면서 생활의 기도로 봉헌했다.

그렇게 계속 생활의 기도를 봉헌하면서 기쁘게 일하는 사이 어느새 날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밖으로 나가 물로 미용실 앞을 깨끗하게 청소 한 뒤 저 위에 있는 오락실 앞까지 청소를 했다.

오락실에는 늘 많은 아이들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그 앞에는 항상 많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으나 청소를 한번도 하지 않아 언제나 내가 일찍 일어나서 하곤 했는데 이 날은 더욱 기쁜 마음으로 찬미가를 부르며 청소하면서 기도했다.

쓰레기를 하나 하나 치울 때마다 "예수님! 우리의 마음 안에 있는 악습과 교만을 치워주시고 시기, 질투, 자만심도 치워주시고 미움, 분노, 증오심도 치워주시고 분열을 초래하는 모든 마귀들도 우리의 마음 안에서 완전히 치워주시고 무디어진 마음을 활짝 열어 주시어 주님께서 모든 이들의 마음 안에 왕하시옵소서.

주님! 많은 영혼들이 마음을 닫고 있기에 주님을 모시기 어렵나이다.

그러나 자물쇠로 꼭꼭 잠가둔 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영혼이라 할지라도 불가능이 없으신 주님께서 그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주시어 오직 주님 사랑으로 닫히지 않게 하여 주시고 앞으로 다시는 주님의 사랑을 거부하며 마음의 문을 닫지 않도록 늘 함께 하시며 보호해 주소서"

하고 기도하며 모든 청소를 마치고 나니 날이 환히 밝아왔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 가족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식사 준비와 손님 받을 준비를 하는데 방안에서 인기척이 나기에 방문을 가만히 열어 보았더니 장부가 잠에서 깨어 있었다. 나는 즉시 달려들어가

"율리오씨, 율리오씨! 나는 오늘 확신을 가졌어요."

"무슨 확신을 가졌다는거요?" "주님에 대한 확신이요." "어쨌는데?" 하고 아침부터 잔뜩 상기되어 있는 나의 표정이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나는 성시간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드렸다.

두 자매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내가 나도 모르게 장부에게 이야기한 것이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장부는 벌떡 일어나면서 손을 들기에

깜짝 놀란 나는 '나를 때리려고 그러나? 아휴, 내가 분심 준 것은 아닌가? 그래, 세상에 어떤 남편이 자기 아내가 새벽바람에 밖에서 맞고 들어 왔는데 좋아하겠는가'

하고 생각하며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그냥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장부는 큰소리로 "여보! 축하해" 하며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서로 악수를 하고 부둥켜안고 포옹을 했다. 그리고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데 그때 예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모든 영광을 나에게 돌리려 하는 너는 향기로운 나의 작은 꽃이다.

그것은 네가 피워내는 꽃인 것 같지만 그러나 너는 나와 하나로 결합되어 있기에 그것은 바로 네 안에서 내가 피워내는 꽃이란다. 이 세상에 많은 영혼들이 입으로는 나를 따른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그릇된 영성과 교만으로 이웃을 대하고 있다 보니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멍울이 져 시들어 버리고 만단다.

그러니 내 작은 아기야!

나는 이제 네가 메마른 영혼들 위에 철따라 꽃피고 열매 맺어 그들에게 따먹히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네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할 것이니 결과에 대하여 걱정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