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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악취가 풍기는 임파선 암환자 방문 (1986년 7월 30일)

 

본당 이 수녀님께서 "병자 방문을 함께 가자"며 미용실로 찾아 오셨다.

우리가 찾아 간 곳은 임파선 암을 앓고 있는 70세 정도 되신 형제님의

집이었는데 그 형제님은 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를 포기하였으니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그런 최악의 상태에서 그냥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암세포가 턱밑과 목 전체로 빠져나와 그 상처에서 피고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습도 처참하였지만 그곳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는 여태까지 한번도 맡아 본적이 없을 정도로 고약하였다.

나는 그 악취를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면서 그 피고름을 다 닦아드렸다.

물론 그 형제님에게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돌보아 주지를 않으니 혼자 지내면서 본인이 스스로가 피고름을 닦아야 했기에 그 형제님 옆에는 피고름을 닦았던 걸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방 전체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고약한 악취가 더욱 짙게 풍기고 있었다.

수녀님과 함께 그를 위하여 기도를 해 드린 뒤 집안을 치워드리고 가기 위하여 수녀님에게 먼저 가시라고 했더니 수녀님께서

"율리아, 나는 율리아에게 졌어. 나는 이제까지 율리아가 맨날 거지들하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해서, 하는 일들을 모두 못마땅해 했는데 어느 날 주님께서 꿈에 이런 모습을 보여 주셨어.

율리아가 더러운 사람들을 목욕탕에 모두 데리고 가서는 더럽게 생각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을 탕 속에 데리고 들어가서 일일이 깨끗하게 씻어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 꿈을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 그렇네. 이제 율리아의 그 모습을 보면서 율리아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 그래 율리아, 나 먼저 갈 테니까 사랑 실천 많이 하고 와"

하며 나가셨다.

수녀님이 떠나신 뒤 곧바로 가득히 쌓여있던 피고름을 닦은 걸레들을 빨았는데 오랫동안 빨지 않고 그냥 방치해 두었기에 너무 딱딱하게 굳어서 잘 씻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먼저 따뜻한 물에 담가 놓은 뒤 집안 곳곳을 청소를 하면서 주님께서 위로 받으시도록 찬미 찬양 드렸다. 집안 청소를 다 마치고 난 뒤 피고름이 묻어 있는 걸레를 빨아 삶으면서 기도했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도 그들로부터 소외 받아 마음까지도 많은 상처를 받고 영과 육 모두가 병들어 있는 이 형제님을 주님께 맡겨 드리나이다.

피고름에 찌들어 있던 빨래가 삶아져 깨끗해지듯이 이 형제님의 영혼과 육신도 주님의 자비로 깨끗하여 지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무한하신 자비와 사랑과 자애로운 은총으로 다정스럽게 말씀해 주신 모든 진리의 말씀들이 우리 안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영혼, 육신이 만신창이가 된 불쌍한 이 영혼의 추한 때를 깨끗이 씻어주시고 닦아주시고 막힌 곳을 뚫어주시며 육신의 질병을 성령으로 온전히 수술해 주시어 병든 영혼과 육신 모두 새롭게 부활할 수 있도록 은총으로 이끌어 주옵소서.

세상 사람들 중 주님 앞에 흠도 티도 구김도 없는 완전한 의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당신께서는 이 형제님을 위해서도 당신이 가지신 모든 것을 온전히 내어 놓으셨으니 이 영혼이 사랑 자체이신 당신의 자비하심을 입고 깨끗해져서 당신 나라에 들기를 간절히 원하나이다."

 

"사랑하는 나의 작은 영혼아.

그 영혼은 마치 맑게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사슴과 같이 성세의 빛이 오기만을 바랐는데 나의 영광만을 위하여 일하는 너를 만나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느꼈기에 모두를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이란다."

 

"오 ! 내 주님, 나의 님이시여!

이 영혼이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당신께 온전히 맡겨드리나이다. 이 형제님이 이 세상을 사는 동안 가족들에게까지 저버림과 무시와 학대를 받는 고통 속에서 모두를 원망하며 죽지 못해 살았던 비참한 삶이었나이다.

이제 당신의 진리의 길로 인도되었으니 이 영혼이 죽음을 맞이할 때 당신의 품에 안겨서 편안하게 눈을 감게 해 주시며 현세에서 비참하게 살았던 거지 나자로가 죽은 뒤에는 아브라함 할아버지의 품에 안겼듯이 이 영혼도 당신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해 주소서. 아멘."

 

"그래, 내 작은 아기야!"

하고 말씀하심과 동시에 주님의 자비의 빛이 그 형제님과 나에게 눈부시게 내려졌고 그 형제님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