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추천의 글  

목차 1   

목차 2      

목차 3    

 

 

 


153.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게 될 것이다.
     (1987년 2월 13일)

 

자은도 공소에서 피정을 하게 되었는데 3박 4일 간의 피정이 끝난 뒤 마귀 들린 사람이 너무 많으니 마귀 쫓는 기도를 좀 해 달라고 하여 2박 3일을 더 머무르기로 했는데 나주 집에서 연락이 왔다.

큰아들이 학교에 간다고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학교에 오지를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녀님들은 이 말을 듣고 빨리 집에 가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나는 지금 당장 할 일을 놔둔 채 집으로 달려가 본다 하여 해결 될 일이 아니니 일단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끝내 놓고 가자고 하였다.

그리고는 주님께 마귀로부터 지켜 주시라고 기도하면서 아픈 마음을 부마자들을 위한 희생과 보속으로 봉헌하였다.

그 날은 먼저 이웃 마을에 있는 점쟁이에게 가서 그에게 붙어 있는 마귀를 쫓아내자고 하여 두 수녀님과 루비노 회장님,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그 집에 들어서니 그 점쟁이 아줌마는 나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얼굴을 돌리면서 "왜들 왔소, 어서 가시오" 하고 쌀쌀맞게 쏘아붙였지만 우리는 함께 기도했다.

그때 한 수녀님이 그의 입을 때리는 바람에 조금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사랑으로 기도했더니 결국 마귀는 물러났고 그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이 점쟁이에게 붙어 있는 마귀를 쫓아내겠다며 그 마을 목사님께서 장정 신도 네 사람을 데리고 와서 기도하다가 마귀를 쫓아내기는커녕 오히려 다섯 사람 모두가 그 점쟁이 한사람에게 초죽음이 될 정도로 사정없이 두들겨 맞고 기다시피 해서 겨우 도망쳐 나왔다는데 우리가 사랑으로 기도하자 그는 어느새 순한 양이 되어 신자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까지 했다.

※ 그 후 그 자매님은 곧바로 교리를 받고 신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은도 공소에서의 모든 일정을 다 마친 뒤 집으로 돌아 왔더니 집에서는 학교 간다고 나간 아들이 지금까지도 어디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며 마치 초상이라도 난 것처럼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친정 어머니는 아예 식음을 전폐한 채 자리에 누워서 울고 계셨고 친척들까지 모두 모여서 울며 걱정들을 하고 있었다.

그 날 내가 집에 온다고 하니까 모두들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하여 그렇게 모여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왜들 그렇게 걱정하십니까?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사악을 포기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이사악을 다시 되돌려 주시지를 않으셨습니까? 저도 주님의 일을 하기 위하여 아들을 돌보지 못했으니 이 또한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아들, 주님께서 데려가셨다면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성화를 위하여 바칠 것이며, 다시 되돌려 주신다면 죽은 아들을 살려 주셨음에 감사를 드릴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더니

"워따 참말로 믿음이 좋기는 좋소. 우리는 아들 잃어 버렸다고 울고 불고 할 줄 알고 위로해 주러 왔는데 오히려 우리가 위로를 받네 그려" 하면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어머니도 그때부터 마음을 편하게 가지셨다.

우리는 본당 신부님께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 미사를 봉헌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당신의 뜻이 어디 계시나이까? 오로지 이 고통들을 죄인들의

회개와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성화를 위하여 봉헌하나이다."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모세는 왕권을 포기하고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포기하였듯이 너는 많은 영혼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하여 너의 아들을 기꺼이 봉헌했으니「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게 될 것이다」한 내 말이 반드시 너에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오! 나의 주님, 나의 사랑, 나의 전부이시여!

이 몸 당신의 것이오니 당신께 온전히 맡기나이다.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아멘."

아들은 바로 그 이튿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잃었던 아들을 사흘만에 찾은 것이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잃으시고 사흘만에 찾으신 그 고통과 그 환희를 나에게도 맛보게 하셨음이라 생각하니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에 한없는 감사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