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추천의 글  

목차 1   

목차 2      

목차 3    

 

 

 


159. 주님께서 수혈을 해 주심이라. (1987년 7월 28일 오후)

 

병원에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린 뒤 심한 빈혈 증상이 지속되었기에 꼼짝도 못한 채 자리에 누워서 안타까운 마음들을 봉헌하였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광주 계림동 성당에 다니고 있는 김 로사 자매님이 내가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면서 지금 당장 영양제 주사라도 사다가 맞자고 하기에 주님의 뜻이라 생각하며 순순히 응했다.

왜냐하면 내가 흘린 피는 이미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봉헌했지만 영양제를 맞으면서 주님께서 영양제를 당신의 고귀한 보혈로 바꿔 주시어 세상 모든 죄인들에게 수혈해 주시라고 기도하며 맞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사 자매님은 산파 일을 하고 계셨기에 혈관 주사를 놓으실 수가 있었는데 그 자매님이 내 혈관에 주사 바늘을 꽂았지만 영양제가 잘 들어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금방 팔 전체가 뻣뻣해지면서 너무 아파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고통들을 주님과 성모님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함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봉헌하려 했는데 로사 자매님이 "피를 너무 많이 쏟아서 몸이 허약해진 상태기 때문에 영양제를 맞을 수가 없다"며 포도당 5% 수액을 사다가 영양제 주사하고 바꾸었더니 그제야 주사약이 들어가도 혈관이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마냥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밤새 잠도 자지 않은 채 달려온 신자들이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그대로 누워서 주사만 맞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사 자매님에게 신자들 앞에 내가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 뒤 나주 성모님에 대하여 전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앉기에는 방이 좁았는데 낮 12시가 넘어서자 다른 곳에서도 많은 신자들이 찾아 왔기 때문에 베란다에까지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옷걸이에 링겔(링거)을 걸어서 베란다의 장독 위에 올려놓고 말씀을 전했는데 어느 샌가 포도당이 다 들어갔기에 영양제로 바꾸었다.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한참 말씀을 전하고 있었는데 순례자중에 한 사람이 "어머머 자매님이 언제 서셨지?" 하며 놀라기에 보았더니 정말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것이었다.

앉거나 누워서 맞아야 될 혈관 주사를, 내가 일어서자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기에 링겔의 위치를 높게 하기 위하여 장독 위에 물건을 올려놓은 뒤 링겔을 걸어둔 옷걸이를 그 위에 올려놓았더니 순례 온 한 형제님이 위험하다며 옷걸이를 꼭 잡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혈관이 따끔해서 보니 어느 샌가 다 들어가 버린 것이다. 시간을 보니 20분 정도 지났다.

그 짧은 시간에 포도당과 영양제가 모두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그것을 목격한 모든 분들이 대성 통곡을 하여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영양제가 다 들어 갔다해서 따끔하게 아플 일이 아니라 피가 나와야 맞는데 한 방울의 피도 나오지 않았으니 따끔하게 아팠던 것은 바로, 다 들어갔다는 신호를 보내 줌이 아닌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피를 흘려서 몸이 쇠약해진 상태였기에 전혀 들어가지 않았던 영양제가 순식간에 들어가 버렸을 뿐만 아니라 언제 피를 쏟았느냐는 듯이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주님과 성모님을 우렁차게 전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모두들

"뱀을 쥐거나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놀라운 사랑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하고 환호하여 외치면서 이내 통곡으로 이어졌다.

그 날 순례 온 형제 자매님들 모두가 자기들 때문에 다치게 되었다며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는데 내가 나주 성모님을 전하는 순간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우뚝 일어서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주님과 성모님께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노래했다.

어떤 사람은 "오, 하느님의 권능이 참으로 놀랍도다" 하며 외쳤고 또 어떤 이들은 "주님의 영광을 보았으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라고 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이런 기적은 다시 보기 힘들 거야." 등등 모두들 감격에 겨워 제각기 기쁨의 탄성들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날 모든 순례자들은 주님과 성모님의 높고 깊고 넓으신 사랑을 체험하게 되어 환희에 가득 차서 서로 서로 기쁨과 사랑과 평화를 나누며 즐거워하였다.

나는 그들이 마냥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하올 우리 주님께 다시 한번 감사와 흠숭을 드리며 영광을 노래했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끝없이 펼쳐지는 당신의 권능 앞에

이 죄인 참으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직 매순간 당신께 향한 열절한 사랑으로 당신의 성심에 바쳐질 아름다운 꽃이 되어 영원히 당신만을 찬미하며 오로지 당신의 뜻만을 따르오리니 당신께 영광이 되게 하소서.

작은 자의 사랑의 길이 비록 어렵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쉼없이 가고자 끝없이 노력하겠사오니 당신의 뜻만을 이루소서.

그리하여 교활한 마귀와의 영적 투쟁에서 승리 얻게 하소서.

 

"그래 그래, 내 작은 영혼아!

내 아버지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모세를 시나이 산으로 부르셨던 것과 같이 세상 자녀들을 구하기 위하여 부족한 너를 도구로 사용할 것이니 영적 투쟁에서 언제나 승리하도록 더욱 노력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