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그분은 어디로?
(1981년 5월 1일)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로 손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500원짜리
지폐가 손에 잡히기에 '아차 그 할아버지에게 돈을 드리지 않았구나.'
생각하고 다시 그분께 돌아와 돈을 건네주려는데 마침 시내버스가
왔다. "터미널 갑니까?" 하고 물으니 기사님이 "아니요" 라고 하기에 그분께 몸을 돌렸는데 바로 그 순간 그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불과 2 초도 채 지나지 않은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그분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거기에 모여 계신 분들께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금방 여기에
계셨는데 못 보셨어요?" 했더니 그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어 조금 전까지도 여기에 있었는데…" "금방 있었는데? 이상하다" 하며 모두들 놀라는
것이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그 근방을 모두
돌아다녀 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골목길도 없는데 도대체 하늘로 솟았단 말인가, 아니면
땅으로 꺼졌단 말인가?' 하며 허탈감에 빠져서 멍하게 서 있다가 순간 '어, 혹시 그분이 예수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내 왼쪽
어깨를 내려다보았다. 왜냐하면 아까 '됐다'고 하면서 내 어깨를 세 번 '툭툭' 칠 때 내 옷에 흙먼지가 묻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예수님이었다면 아까 묻었던 먼지가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보았더니 손자국이 역력히 찍힐 정도로 묻어 있던 흙먼지 자국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깨끗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언제나 고해성사를 보기 전에 먼저 몸을 깨끗하게 씻고 성경을
보면서 예수님 말씀을 듣고 통회의 기도를 바친 뒤 정장 옷을 입고 고해성사를 드리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는데 마침 그 날은 곤색 투피스를
처음으로 입었던 터라 작은 먼지만 묻어도 눈에 확 띄었을 것이다.
그런데 좀 전에 손자국까지 내면서 묻어 있던 먼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옷이 깨끗해져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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