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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장부의 오토바이 사고 (1982년 4월 26일)


장부가 직장에서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술이 만취된 사람이 뒤에서 과속으로 달려오다가 앞에 가던 장부의 오토바이를 사정없이 들이받는 바람에 함께 넘어졌는데 그 사람은 헬멧도 쓰지 않아 많이 다쳤다.

그런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우리에게 500만원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막노동 자였으므로 불쌍한 마음이 들어 100만원을 주었다.

보상은 응당 우리가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바로 내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죄를 짓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 오던 나였기에 이 일도 장부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 사람이 사고를 냈다고 생각하며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받아들이고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셈치고 도와준 것이다.

그런데 100만원을 받고 난 이후에도 며칠이 멀다하고 미용실로 찾아와 계속 도와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손님들이 많은데서 "당신네들 아니면 내가 사고날 일이 뭐가 있었겠느냐?"며 소리까지 지르는 것이 아닌가.

인간적으로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장부에게 말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으로 그 사람을 도와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쌍한 그 사람들에게 쇠고기라도 좀 먹이고자 등심살 세 근을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 놨다가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 집에 다녀오기 위하여 쇠고기를 꺼내려 냉동실 문을 여는 순간 고기가 떨어져 바쁜 마음에 냉동실 문을 닫지 않은 채 고기를 주워 빨리 일어서다가 그만 열려있던 냉동실 문에 머리를 "꽝" 부딪쳐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 후 내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가족들과 미용사들은 「뇌진탕」이라며 울면서 병원에 가자고 하였다.

미용사들은 "언니, 언니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 사람에게 그렇게 쩔쩔매며 잘해 주려는 거야 응? 우린 아무 잘못도 없잖아 오히려 우리가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하여 나는

"얘들아! 우리는 먹고 살 수 있지 않니? 그러나 그 사람은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사는데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우리가 도와주어야지. 우리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사고가 나지 않았을거야." "아이고, 참 언니는 못 말려. 누가 이렇게 착한 우리 언니를 이해해줄까?" "이 세상 사람에게 인정받으면 뭐하니?"

했더니 신자가 아닌 미용사는 "하느님이 보이지도 않는데 그런 하느님이 뭘 인정해 주겠어?"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야. 그저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 뿐이야" 하고 나는 그대로 일어나 그 집을 찾아가서 쇠고기를 건네주고 왔다.

그 부인은 남편과는 달리 "매번 죄송하고 정말로 고맙습니다" 하며 연신 고마워 했다.
 

"오! 나의 사랑, 나의 님이시여!

늘 부족하오나 저의 이 모든 고통들이

주님께 바쳐 드리는 향유가 되기를 바라나이다.

이 험난한 세파를 살아가는데 늘 부족하기만 한 이 죄녀,

당신의 무한하신 사랑으로 제 안에 남아 있는 악습들을

잘라내고 또 잘라내 주셨사오니 이 형제의 것까지도 잘라내

주시어 당신의 것으로 삼으소서."

 

"사랑하는 나의 딸, 내 작은 영혼아!

고맙구나, 나는 영혼들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사랑을 다해서 바치는 그런 선물을 기뻐한다.

설사 그것이 변변치 않은 것일지라도 내게는

아주 귀중한 선물인데 너의 그 애타적 사랑이야말로

목마른 나의 갈증이 해소되는 흡족한 기쁨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