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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극심한 고통을 봉헌하면서. (1982년 4월 부활절)

 

주님께서는 한 동안 사람들의 영혼 상태를 볼 수 있도록 해 주셨는데 나는 매일 같이 울면서 그것을 거두어 가주시라고 청하였다.

주님께서 내 청을 들어 주시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왜냐하면 길을 가다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신앙적으로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분들마저도 영적인 상태가 상상외로 너무나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하여 주님께서는 극심한 성심의 고통을 받고 계셨으므로 나는 매일 매순간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견딜 수가 없어 길을 가다가도 울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울고 거의 매일 같이 울고 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화려하게 차려 입고 겉은 멀쩡하게 생겼지만 그들의 영혼상태는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기가 이를 데 없었기에 그들을 볼 때마다 영혼 사정을 생각하니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어디 그뿐이랴. 주님을 전한다고 하는 성직자와 수도자들 중에서도 불경과 불순명은 물론 심각한 정덕죄에 빠져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계신 주님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고 성심에서는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나는 주님께 통곡하며 외쳤다.

"주님이시여!  사람들이 죄를 지을 때마다 주님께서 얼마나

고통스러우신 지 이제 알겠나이다. 주님께서 이제까지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하오니 이제 그만 보여주소서.

주님의 마음을 상하게 한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저 기꺼이 고통을 받겠사오니 이 부족한 죄녀가 받는 고통을 통해서 주님을 아프게 한 그들이 회개하여 주님의 위로자 되게 하여 주소서"

하고 간절히 청했다.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시어 그때부터 내적, 외적, 그리고 사회적 고통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고통을 받게 되었는데 그 고통은 나의 가족들에게까지도 이어졌다.

내가 고통을 원했던 것은 나 자신이었는데 가족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되었기에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족들에게도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도 공부를 잘하던 셋째 아이도 내가 고통을 봉헌하면서 성적이 뚝 떨어졌고 동료들 중 가장 앞서나가던 장부도 승진이 번번이 좌절되었으며 가족들 전부가 나로 인해 고통들을 받았기에 견디기가 무척 힘이 들었으나 그들에게 잘 봉헌하자고 하며 함께 기도했다.

이렇게 한순간에 닥쳐온 생각지도 못했던 고통들!

나에게는 죽음의 고통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기쁘게 봉헌할 수 있었으련만 가족들 모두가 나로 인하여 내적 외적으로 고통을 받게 되었기에 참으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었으나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 죽어도 주님의 것이오니 온전히 주님 뜻대로 하소서" 하고 가슴 저미는 그 고통들을 함께 봉헌했다.

나로 인해 우리 가족이 희생 제물이 되어 받는 고통을 통해서 죄인들이 회개하고 그로 인하여 주님께서 위로 받으실 수만 있다면 야 어찌 그 고통을 봉헌하지 못하겠는가!

"오! 오늘도 십자가에 달리시어

우리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피 흘리고 계시는 나의 예수님!

당신은 부족하고 못난 이 죄녀를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그토록 모진 고통을 겪으셔야만 했으며 또한 우리 가족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셔서 주님의 지극한 사랑을 체험하게 하시고 이제 고통도 허락하시나이까.

주님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하셨으면,

그리고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하셨으면

우리 자녀들에게까지 희생을 요구하시는 것일까?

오, 나의 주님, 나의 사랑이시여!

당신 뜻에 온전히 맡기나이다."

 

"한 영혼이라도 더 구하기 위하여

생명을 바치려 하는 내 작은 영혼아!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 누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겠느냐.

이 세상의 수많은 영혼들의 의지가 내 의지에 무감각해 있으니

내 사랑의 감미로움을 그들에게 아무리 전하고자 한들

어찌 그들이 받아들일 수가 있겠느냐?

고통을 통한 희생과 보속의 잔에 담아내는

너의 그 큰 사랑에 나는 위로를 받는단다.

너희 모두가 받아내는 그 고통들을 더욱 아름답게 봉헌하면서

완덕을 향하여 높은 경지에 도달하도록

나의 마음 안으로 들어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