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딸 죽고 심장병과 하혈한 자매 이야기.
(1982년 4월 28일)
한참 미용실 손님 머리 손질을 하고
있을 때 창백한 얼굴에 입술마저 새파래진 성당 교우가 들어왔다.
그의 남편은 교감 선생님이고 성당에서도
아주 열심한 교우들이었다.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나 측은해 보여
손님들 머리는 미용사들에게 맡기고 그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자매님은 고등학생이던 딸을 잃는
불행을 당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장병에 하혈병까지 생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하혈이 도저히 그치지를 않는다며 울먹이면서
말했다.
나는 그 자매에게 주님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기도를 해 주었는데 며칠 후 그녀가 미용실에 찾아왔을 때에는 혈색도, 새파랗던 입술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기쁨에 차서 나와 함께
기도를 한 뒤 치유 받게 되었다는 말을 하려고 하여 놀란 나는 그 자매를 급히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는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해
있다가 다시 기쁨에 들떠서 "나 그 날 이후로 심장병이랑 하혈병이랑 다 나았어요" 하기에 "그 어떤 누구에게도 제가 기도해서 나았다고 절대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했더니 그는 "왜요?" 하며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는 "기도는 제가 했지만
주님께서 저를 잠시 잠깐 도구로 사용하셨을 뿐이에요. 그러니 모든 것은 주님께서 하신 일이지요.
그러니 제발 제가 기도해서 나았다는
말일랑 누구에게도 하지말고 꼭 비밀을 지켜주세요. 그리고 주님께 깊이 감사하세요"
하면서
신신당부했다.
나는 이 자매와 같이 "율리아가 기도해
주어서 나 치유 받았다." 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그동안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나 혼자서는 기도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것은 잠시잠깐 나를 도구로
사용하시어 주님께서 하신 일인데 사람들이 "율리아가 기도해 주어서 나 치유 받았다"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몹시
아팠다.
내 가슴이 아파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모든 영광과 찬미는 마땅히 주님께서 받으셔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자매가 성모님 집을 찾아와 고백할 것이 있다고 하여 만나 보았더니
"사실 나 오늘 율리아씨께 용서를
청하러 왔어요."
"무엇인데요?"
"약속을 지킨다고 해놓고는 못 지키고
이야기 해 버렸어요. 왜냐하면요. 나주 성모님 피눈물은 케첩을 바른 것이네, 조작이네, 하여 화가 난 나머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내가 치유
받은 사실을 말했으니 용서해 주어요. 응?"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원래 따지기 좋아하고 고집과
자존심이 강하여 매우 힘들었던 자매였는데 참으로 단순하고 순진한 어린양이 되어 있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너무나 감탄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매에게
"주님께서는 자매님을 벌써 용서하셨을
것이고 자매님의 이런 마음을 어여삐 여기시어 더욱 사랑하실 거예요. 그런데 제가 어린 아이와도 같은 자매님을 어찌 용서하지 못하겠어요. 자매님
가정에 항상 주님의 평화와 성모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길 기도 드릴게요"
했더니 그 자매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율리아씨가 용서해줄 줄 알았어요"
했다.
"자매님! 그 정도가 무슨 용서받을
일이에요. 주님과 성모님을 위하여 하신 일이니 오히려 상급을 받으실 거예요" 했더니 그녀는 기쁨에 가득 차서 "아멘" 하고
응답했다.
"오! 나의 주님 감사 드립니다.
그렇게 까다로웠던 그 자매가 이토록 순한 양이 되다니요.
인간 구원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당신의 사랑이 하늘과 땅에 가득 차 있나이다. 우리들의 잘못된
모든 부분들을 고쳐 주시고 사랑으로 채워주시니 감사하나이다."
"그래, 나의 귀여운 딸아!
너는 이미 나의 영광을 위하여 많은 영혼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였는데 그가 「아멘」으로 받아들였으므로 그에게도 자양분이 공급되어 영혼이 순수해 진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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