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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성모님이 망토를 펼쳐 위험에서 구해주시다. (1986년 4월 22일)

     

오전 10시에 있는 첫 토요일 신심 미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바쁜 걸음을 재촉하였다.

성당으로 가는 바로 앞길에 건널목이 있었는데 그 도로는 광주∼목포 간 왕복 4차선의 고속화 도로로써 당시에는 신호등도 없었고 횡단보도도 없었기에 교통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간 아주 위험한 곳이다.

그 날 나는 미사 전에 먼저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집에 들러서 뒷바라지를 해드리다가 성당을 갔기 때문에 행여라도 미사에 늦을까 싶어서 서둘렀는데 그 건널목에서 광주로부터 많은 차가 계속해서 달려오는 바람에 한참동안 건너지 못한 채 시간을 지체하고 서 있다가 차가 거의 지나갔을 무렵 바쁜 마음으로 뛰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광주 쪽에서 내려오는 차들만을 신경 쓰다 보니 반대편 쪽인 목포 방향에서 내려오는 차를 채 살피지도 못한 채 건너편 쪽만 보면서 뛰었는데 바로 내 왼쪽에서 "끽"하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났다.

급정거한 목포 쪽에서 오는 차가 내 몸 왼쪽에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었다.

나는 너무 놀랐지만 운전사에게 너무 미안하여 "죄송합니다" 하고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성당 쪽으로 또 뛰었는데 또다시 "끽" 하고 소리가 나면서 1차선에서 질주해 오던 광주행 고속 버스가 내 몸 왼쪽에 또 닿아 있는 것이었다.

기사님이 내다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에 또다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드렸더니

"천운으로 산 줄 알고 다음부터는 조심하시오" 하였다.

그러는 바람에 그 버스 뒤에서 오던 두 대의 버스가 서 있었고 차안에서 이를 목격했던 승객들 모두가 한마디씩 했다.

"오늘 영락없이 아까운 젊은이 하나 죽었다고 했는데 이건 신의 기적이다 기적이여." 또는 "부처님이 돌보셨나보다."

"하늘의 돌보심이다." 또 어떤 아저씨는 "어이 처녀, 처녀는 이제 두 인생사는 것이네" 하며 여기 저기서 한마디씩 던졌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놀라시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고

머리 숙여 용서를 청한 뒤 서둘러 성당으로 달려가면서 두 대의 차안에 타고 있던 모든 분들을 주님께 봉헌했다.

내가 성당에 막 도착하자마자 미사가 시작되었다.

영성체 후 묵상 중에 자애로운 예수님의 다정한 말씀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나의 작은 영혼아!

오늘 미처 손쓸 수 없을 만큼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한 너를 죽음 직전에 망토를 펼쳐 차를 세워 살려 주신 분은 바로 내 어머니이시자 온 인류의 어머니이며 천상 천하의 여왕이신 너의 어머니이시다"

 

"주님! 제가 그렇게 위험했었나요?"

 

"네가 달리는 버스에 뛰어 들었는데 위험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느냐?" 하고 되물으시기에 미사오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되짚어 보았더니 정말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미사에 늦지 않으려고 급한 마음에 정신 없이 뛰어 오다보니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자유의지까지도 나에게 송두리째 바치고 나를 위한 희생제물이 되어 매순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한 사랑으로 봉헌된 삶을 살면서 생활의 기도화를 끊임없이 실천하여 내 성심의 위로의 꽃이 되고 있는 너에게 내가 못해 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이제 네 영혼의 은밀하고도 깊숙한 곳으로부터

향기로운 번제가 하느님 대전에 끊임없이 올려질 것이다."  

 

"오 나의 사랑 나의 님이시여!

감사하고 또 감사하나이다. 제가 바치는 기도와 희생과 보속으로 하늘의 별의 수만큼, 바다의 물방울 수만큼, 바닷가의 모래알의 수만큼 죄인들이 회개하게 해주신다면 하느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질 것이나이다. 그대로 이루어 주소서."

 

"처음에는 나에게 영광을 돌리던 영혼들도 교만과 자유의지의 남용으로 스스로 높아지고 커져서 큰 영혼이 되면 결코 내 품에 안길 수가 없단다. 그러나 이웃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희생과 정성된 마음을 나에게 온전히 바치려 하는 너의 그 겸손과 작음 때문에 내 품에 꼭 안길 수가 있는 것이다."

 

"오, 내 사랑, 나의 보배이시여!

저는 너무 부족하고 보잘 것 없어 주님께 드릴 것이라고는 부끄러움 밖에 없는 불완전한 죄인이지만 더욱 낮아지고 작아져서 겸손한 도구 되도록 더욱 노력할게요.

갈수록 황폐해져만 가는 인간 사회, 인정이 메마르고 마음이 굳어져만 가는 현 사회와 교회에 밑거름이 되고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어서 많은 열매를 맺어 많은 영혼들에게 사랑의 열매를 따 먹이도록 노력할게요."

 

"너에게 불완전함이 없었다면

네가 어찌 죄인임을 고백하며 나에게 달아들 수 있었겠느냐.

네가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면서 죄없음에도 자주 고해성사를 보고 자신을 낮추어 용서를 구할 때마다 나는 더 큰 은총과 사랑을 보내고 있단다.

너의 불완전함 속에서 느끼는 보잘 것 없음으로 인하여 교만은 점점 사라지고 겸손으로 끊임없이 채워진다는 것을 알고 실망치 말거라."

 

"오! 내 주님, 사랑하는 내 님이시여!

당신은 오로지 당신께만 향하여 경건한 정서로

승화되기만을 애타게 원하는 부족한 이 죄인에게 오셨나이다.

저 비록 어둡고 메마른 골짜기를 지난다해도 당신은

언제나 빛으로 인도하시며 동행하여 주시니 감사할 뿐이옵니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이 죄녀 행여 짐이 되지 않도록

더욱 사랑의 힘 발휘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