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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레지오를 그만둔 이유 (1986년 6월 16일)

 

 나는 예비신자 때부터 레지오에 입단하여 봉사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세례를 받고 곧바로 평화의 모후 Pr(쁘레시디움) 회계를 맡게 되었다.

나에게 회계직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을 때

"아직은 부족하니까 레지오 단원으로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하며 굳이 사양을 했는데도 "아이고, 그런 소리 말아요. 율리아 자매님은 지금 당장 레지오 단장을 해도 손색이 없지만 하도 바쁘니까 회계를 시키는 것이니 아무소리 말고 그냥 좀 맡아서 해줘요"

하여 "아멘"으로 받아들였고 그 날부터 나는 바쁜 중에도 나에게 맡겨진 본분을 열심히 했다.

그러던 중 서기가 광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서기까지 떠맡게 되었는데 나는 그 일도 역시 최선을 다했다.

하루는 원장 수녀님께서 훈화 시간에 당신이 못나오시는 날이면 나더러 훈화를 맡아서 하라고 하셔서 부족하지만 성심 성의껏 수행해 나갔다.

그때부터 수녀님이 나오지 못하시는 날이면 내가 대신 훈화를 하곤 했는데 모두들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칭찬 받는 것만은 정말로 싫어 원장 수녀님께 앞으로는 평단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통사정을 했더니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으로 수녀님께서는 오히려 "죽림동 「순교자의 모후 Pr」이 쓰러져 간다"며 그곳의 단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아닌가.

순명해야 했기에 나는 그곳에 가서 또 열심히 했다.

내가 단장으로서 그곳의 단원들과 함께 하자 굉장히 좋아들 했다.

단원을 몇 명씩 조를 짜게 해서 병자들을 방문하도록 했더니 하루는 나에게 자기들과 함께 가달라고 하여 함께 병자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병자가 누워 있는 방 밖에서 레지오 수첩에 있는 병자를 위한 기도만 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바쁘신 분은 먼저 돌아가시고 바쁘지 않으신 분은 저와 함께 남아서 사랑실천을 하도록 합시다"

하고 제안했더니 한사람도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레지오 활동을 형식적으로 하면 안됩니다.

병들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 배를 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하느님을 믿으십시오. 하느님을 믿으면 구원받게 됩니다' 하면서 기도만 하고 간다면 신자도 아닌 그 사람이 과연 하느님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우선 먹을 것을 주면서 하느님을 전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 하는 레지오, 보고하기 위해서 하는 레지오 활동과 방문은 바로 죽은 믿음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레지오 단원들만이라도 앞으로 형식적인 레지오가 아니라 참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살아 숨쉬는 레지오 활동이 되도록 새롭게 다짐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자 모두가 "좋아요, 좋아요" 하며 기쁜 마음으로 동의하였다.

나는 그들 모두를 병자가 누워 있는 냄새나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병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이제 우리 사랑실천 합시다"

하며 함께 손을 걷어 부치고 환자에게 먹을 것을 해주고 청소와 빨래도 해 준 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그 이후부터 기쁨으로 가득 차서 내가 방문하는 날이면 전원이 모두 나를 따라 나섰을 뿐만 아니라 Pr 간부만 참석해도 될 꾸리아 모임에까지도 평단원이 다 참석하여 모두가 웃기도 했다.

그렇게 1년쯤 지나자 순교자들의 모후 Pr 은 완전히 활성화되었으므로 수녀님께 이제는 평단원으로 일하게 해달라며 다시 간청을 드렸더니 원장 수녀님께서는 도리어

"이제 교동 「사도들의 모후 Pr」 이 시들어 가고 있으니 그곳의 레지오 단장을 좀 맡아줘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순명의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우리 Pr 이 잘한다고 소문이 나자 여러 사람들의 모함과 핍박이 끊이지를 않고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원장 수녀님은 판단력이 흐리지 않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시고 오히려 나에게 걱정하지 말고 잘해 보라며 위로와 격려를 해 주셨다.

나는 내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 인하여 그들이 비방과 판단죄를 지으며 거짓증언까지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고해성사 중에 "제가 있음으로 상대방이 죄를 지으니 성당에서 아무 일도 안 하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니

"그것은 자매의 잘못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 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다시 수녀님께 떼를 쓰다시피 했다.

제 2독서뿐만 아니라 성심회나 레지오 단장을 그만두고 그냥 평단원으로서 열심히 일 하겠다고 통사정을 했더니 수녀님은

"그래, 레지오만 성모님의 일이 아니니 우시는 성모님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세요" 하시어 성당에서 하던 모든 일들을 그만두고 나주 성모님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사랑 나의 주님, 나의 엄마!

제가 있음으로 인하여 이웃이 죄 짓는 일을 막아 주셨사오니 감사하나이다.

저를 핍박했던 그들은 바로 저의 은인들이오니 그들이 저지른 잘못이나 판단죄까지도 모두 용서해 주시고 자비와 사랑의 품으로 안아주시옵소서."

 

"나의 귀여운 작은 아기야!

상대방의 잘못을 보고도「내 탓」으로 돌리는

너의 그 착한 마음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며 겸손이란다.

나와 합일된 영혼만이 그 큰 사랑의 감미로움을

체험할 수가 있는데 바로 네가 그런 영혼이야."

 

"주님! 나의 사랑 나의 님이시여,

부족하오나 당신의 뜻만을 따르오리니

저를 완덕으로만 이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