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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미용실을 처분하다. (1986년 8월 7일)

 

나주 성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한국을 찾아오신 뒤 어떻게들 알았는지 매일 같이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미용실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힘이 들었는데 나는 그 와중에도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눈을 뜨게 해 드리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밀려오는 순례자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그랬지만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의 눈 수술 후 병간호를 위하여 장부와 상의한 끝에 미용실을 속히 처분하기로 결정한 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집을 보러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나지를 않았다.

장부가 애지중지 키우던 꽃나무와 분재가 많이 있어 될 수 있으면 단독 주택을 원했지만 할아버지가 지금 이 시간에도 쥐와 함께 사신다고 생각하니 지체할 수가 없었기에 수강아파트 302호로 이사 가기로 했다.

그 집은 에어컨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갖추고 있는 부잣집이었는데 아파트를 사면 에어컨과 장독과 장롱 그리고 자기들이 키우던 그 많은 분재를 모두 그냥 주겠다고 해서 시세보다 비쌌지만 장부가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그 집을 계약하기로 정한 뒤 공무원 교육을 받으러 가 있는 장부에게 전화로 알려주니 남편도 좋다고 하였다.

계약금을 치른 며칠 후 그 사람들이 이사가는 날 열쇠를 받고 잔금을 치르기로 했는데 약속한 날 그 집에 가보았더니 문을 굳게 잠가 두고 열쇠도 주지 않은 채 새벽에 이사를 해 버린 것이었다.

다시 며칠 후에 그 사람들이 전화로

"광주에서 만나 열쇠를 줄 테니 그때 조금 남은 잔금도 가지고 오세요" 하고 연락을 해 왔다.

남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믿었던 나는 그들이 하자는 대로 광주에 가서 잔금을 모두 치르고 난 뒤 열쇠를 받아 가지고 아파트에 가보니 그들이 그냥 준다고 했던 분재나 에어컨, 장독, 그리고 장롱은 고사하고 심지어는 소소한 빨랫줄까지 다 끊어가 버렸으므로 그 집에 남아 있는 것은 쓰레기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