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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작은 예수님이 국밥을 먹으면서 결국 울고 말았다.
        (1989년 3월 30일)

 

광주에 다녀오던 길에 험상궂은 60대의 작은 예수님을 만났다.

(그 당시만 해도 행려 병자들이 많았음)

그를 보니 어딘가가 많이 아파 보였다. 우선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 주고 싶어서 그에게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더니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치려고 하였다. 그래서 약국에라도 한번 가보자며 간신히 달래서 이화약국으로 가서 그에게 필요한 약을 사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입힐 옷도 산 뒤 배가 고플 것 같아 매일 시장 안에 있는 국밥 집으로 갔다.

그러나 그의 행색이 워낙 더럽고 험상궂어 보였으므로 돈을 준다 할지라도 국밥을 팔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국밥 집 아주머니께 "사장님, 너무 배고파하는 사람이 있어서 데리고 왔는데 국밥 한 그릇만 저에게 팔아주세요. 그러면 안에서 먹이지 않고 밖에서 먹인 뒤 그릇도 제가 깨끗하게 소독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사정을 했더니 그 아주머니는 "젊은이가 좋은 일 한다는데 주어야지"하며 국밥에 고기도 많이 넣어서 한 그릇 말아 주었다.

국밥을 받아 들고 그에게 가지고 가면서

'혹시라도 많이 굶은 상태에서 급하게 먹다가 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국밥을 주기 전에 먼저

"이 국밥을 예수님의 오상의 성혈과 일곱 상처의 보혈로 변화시켜주시고 성모님의 젖으로 변화시켜 주시어 영혼 육신이 온전히 치유될 수 있도록 소화가 잘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나는 그가 체하지 않도록 국밥을 한술 한술 떠 먹이면서 국물이 흘러내리면 닦아주었다.

그는 국밥을 받아먹는 내내 훌쩍이다가 나중에는 엉엉 울면서

"세상 인심이 야박해 졌는데 이 세상에 아직도 이런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오. 당신은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린 사람 같으오" 하며 밥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국밥 한 그릇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거뜬히 다 먹었다.

내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애초에 말씀드린 대로 그가 먹은 그릇을 소독해 주려하자 "아이고, 그냥 놔두시오. 당신같이 착한 사람이 먹였는데 무슨 탈이 있겠오" 하며 그릇을 빼앗아 가는 것이었다.

그 때 국밥이 1500원이었는데 험상궂은 행려자에게 국밥을 팔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 기어이 2,000원을 주고 나왔다.

그분을 집으로 모시고 와서 물을 데워 목욕을 시킨 뒤 머리를 잘라 드리고 새 옷을 입혀 놓으니 어쩜 옷이 날개라 더니 처음 볼 때와는 달리 아주 멋진 신사가 되어 있었다.

그분을 성모님 상이 모셔진 앞쪽 방에 쉬게 하고는 안집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왔더니 그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곳 저곳을 계속 수소문하며 찾아보았으나 결국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오 주님!

그 불쌍한 영혼을 주님께 맡겨 드리오니 보살펴 주옵소서.

그 영혼도 당신의 사랑하는 양이옵나이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는 없사오나 당신께서 함께 계심을 믿사오니 주님의 은혜로운 손길로 그를 더욱 강하고 따스하게 돌보아 주시고 인도해 주소서."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네가 내 이름으로 구하였으니 내가 그를 인도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

너의 선행은 이미 내 성심 안에 기록되어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