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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발이 짓이김을 당해 피 흘리는 고통의 사랑
      (1989년 9월 9일)

 

광주 시댁에 가느라고 시내 버스를 탔는데 승객이 너무 많아 마치 콩나물 시루에 들어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어느 손이 내 엉덩이를 만지는 것 같아 나는 그 손을 '확' 하고 쳐냈다.

얼마쯤 지났을까? 선 채로 묵주 기도를 하느라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청년이 "젊은것이 조심성 없이 누구의 발을 밟는거야?" 하며 내 발을 사정없이 콱 밟으면서 짓이기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또 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대며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어 큰일이야" 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때 내 나이는 43세였고 그 청년은 나보다 훨씬 아랫사람 같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그에게 죄지을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했기에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한 뒤 그를 위해 기도했다.

그런데 조금 후에 "야, 이년 봐라? 내 발을 또 밟네" 하며

이번에는 무슨 작정이라도 한 듯이 발을 높이 들었다가 '쾅' 하고

내 발등을 내리찍었는데 구둣발 뒤꿈치로 얼마나 세게 내리 찧고 짓이겨댔던지 발등은 이내 까지고 피까지 베어 나왔다.

그리고는 또다시 내 이마를 손가락 끝으로 찔러 대더니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때리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때 그 광경을 보다못한 나이 드신 어떤 신사 분이

"이봐 청년, 발을 밟은 사람은 그 아가씨가 아니라 바로 나야.

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 아가씨에게 계속 행패야?

어디 한 번 나를 때려봐" 하고 언성을 높이자 그는 그분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말한 뒤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

나는 그분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마도 그 청년은 내 엉덩이를 만지려다가 내게 손이 채이자 앙심을 품고 그랬던 것 같았다.

나는 내 발이 구두 뒤꿈치로 세차게 짓이김을 당하고 머리를 쥐어 박혔지만 무죄하신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받으셨던 수난과 고통들을 묵상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바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내 몸에 손대는 것을 너무 싫어했던 나는 그 청년이 내 엉덩이에 손을 대는 순간 너무 놀라 봉헌이 잘 되지를 않았으나 곧바로 그것마저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봉헌했다.

"오, 사랑하는 나의 님이시여!

오늘도 크신 사랑을 저에게 베푸셨건만 모든 것을 다 아름답게 봉헌하지 못해 잠시라도 당신의 마음을 거슬렸지요?

죄송해요. 이제 당신께서 우리 위해 흘려주신 십자가의 보혈이 헛되지 않도록 또다시 새로워지겠나이다."

 

"오 그래, 사랑하는 내 딸아!

만일 조금이라도 나를 거슬렸다고 생각될 때면 더욱더 열렬한 사랑의 마음으로 더한층 분발하여 나를 따르거라.

그러면 네 영혼은 은혜로 충만케 되고 내 성심은 위로를 받는단다."

 

"내 사랑하는 주님이시여! 당신은 제 방패이시나이다.

이 몸 당신만 의지하오니 험하고 힘든 길의 징검다리 되어 주시고 당신을 위해 내딛는 발걸음마다 따뜻한 사랑의 디딤돌이 되게 해 주시어요. 통회하는 자녀들의 죄를 묻지 않으심을 기억하며 당신의 크신 사랑 앞에 조건 없이 모든 것 드릴 수 있도록 긍지를 잃지 않고 이 죄녀 다시 일어서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