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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대소변통과 함께 거꾸로 떨어지다. (1990년 2월 25일)

 

극심한 고통 중에 일주일간을 거의 먹지도 못한 채 다락방에 혼자 누워 몸부림치면서도 그 고통들을 세상 모든 죄인들의 구원을 위한 열망으로 주님께 매순간 봉헌하며 힘겨운 하루 하루를 보내던 때의 일이다.

그렇게 많은 은총을 받고 많은 것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도와주던 자매까지 K자매를 따라가 버렸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없던 나는, 화장실이 있는 아래층으로 혼자 내려 갈 수가 없었으므로 플라스틱통 하나를 들여다 놓고 그곳에다 간신히 대소변을 봐야만 했다.

일주일째 되던 날 새벽 5시경 그 날도 나는 소변을 보기 위하여 겨우 겨우 일어나 기어가서 플라스틱통 뚜껑을 열고 힘없이 푹 앉는 순간 이게 웬일인가!

대소변이 하나 가득 차 있었으므로 엉덩이가 다 젖은 것은 물론이고 방바닥에까지 흘러 넘치고 있었으니 그때의 비참한 광경을 어찌 말로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통속에 가득 들어있는 대소변을 비워 버리기 위하여 힘겹게 계단을 기어 내려가다가 그만 그 통과 함께 거꾸로 떨어지고 말았다.

대소변통에서 사정없이 튀고 쏟아져 나온 오물들이 쓰러진 내 몸에는 물론이고 벽과 천장과 심지어는 찬장, 그릇 등에까지 다 튀어 묻어 버린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래층으로 거꾸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조금 남아있던 정신마저 가물가물해져 갔지만 그대로 방치해 둘 수도 없었기에 주님을 부르면서 정신을 차리려 안간힘을 써 보았다.

나는 대소변이 쏟아져 있는 그 위에 그대로 엎어진 채 한참 동안을 일어나 보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으니 일어나지 못한 채 간절하게 기도했다.

"오 사랑 자체이신 나의 주님!

당신은 부족한 이 죄녀를 그리도 많이 사랑하셔서

이토록 크신 사랑을 베푸시나이까.

부족한 이 죄녀가 받아내는 이 고통들이 당신의 고귀한 사랑과 합쳐져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쓰여지기를 바라나이다.

부족하기 만한 이 죄녀의 고통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닫아 놓고 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고 또한 스스로 세워놓은 단절의 장벽을 무너뜨려 주시어 주님과 성모님을 아빠, 엄마로 모시고 이 세상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있도록 폭 넓은 사랑으로 거듭나게 해 주옵소서.

그리하여 주님께는 영광이 되고 성모님께는 위로가 되며 우리 모두는 감사가 마르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부족한 이 죄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이곳에 엎어져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눈도 뜨지 못한 채 터질 것 같이 팔딱거리며 고동치는 심장 소리를 듣고 있지만 그러나 이 희생과 보속의 제물이 당신의 찢긴 성심을 기워 드릴 수만 있다면 제 목숨인들 어찌 바치지 못하오리이까.

당신으로 인하여 숨쉬는 이 대지가 바로 천국이나이다.

당신께 바치는 이 희생과 보속과 봉헌의 기쁨을 온 대지 위에

내려 주시어 주님 영광 받으시고 죄인들이 회개하게 하옵소서."

 

"오! 내 사랑, 나의 귀여운 작은 아기야!

네가 받아내는 그 고통이 그렇게도 기쁘단 말이냐?"

 

"네 주님!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인들 못 바치오리이까."

 

"오, 사랑스러운 내 작은 영혼아!

너와 같이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찢긴 내 성심을 기워주고자 하는 영혼이 존재해 있기에 그 무엇으로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풍성한 은총이 세상 많은 이들은 물론 지옥으로 향해 가는 영혼들에게도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다."

 

"오, 나의 전부이신 주님! 감사 드리나이다.

당신은 어둡고 메마른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언제나 밝은 빛으로 나와 함께 동행하시며 타는 갈증을 채워주시니 오직 당신만이 이 몸 쉴 수 있는 휴식처요, 안식처이며 피난처이시나이다."

 

"이웃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치고자 하는 내 귀여운 딸, 내 사랑하는 작은 영혼아! 내가 그렇게도 좋으냐?"

 

"그럼요, 좋구 말고요. 당신은 바로 소경이었던 제 눈을 뜨게 해 주시고 절벽이었던 제 귀를 열어주시어 당신을 뵙고 당신의 말씀을 듣고 따르게 하셨사오니 당신은 저의 전부이시나이다.

그러니 고통이어도 당신의 끝없는 사랑에 제 마음 기뻐지옵나이다."

 

"그래,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네가 바치는 그 열렬한 사랑은 내 마음 안에 향긋한 감미로움으로 끝없이 다가와 한없는 기쁨으로 채워지니 순간순간 세상 죄악까지도 잊게 하는구나.

희생과 보속으로 바쳐지는 너의 열렬한 그 사랑은 영적으로 눈멀고 귀 멀어 죄 중에 있는 많은 영혼들을 새로워지게 할 것이다.

죄악이 만연한 이 세대에 나에 대한 너의 그 항구한 사랑의 마음은 바로 나와 내 어머니의 찢긴 성심을 기워주는 발삼향액이 될 것이니 너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 안에 머물러 있어라."

 

"네 주님! 제 삶의 뒤안길은 참으로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당신을 만남으로 인하여 저는 비로소 참 행복을 알았나이다.

이제 매순간 죽음의 고통이 저를 짓누른다 할지라도 저 항상 당신 안에서 행복했던 때만을 기억하면서 이 한 몸 오직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성모성심의 승리를 위하여, 그리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온전히 바치겠나이다."

바로 그때 친정 어머니께서 부엌문을 열고 들어오시려다

"워따 워메∼ 아이고, 냄새여" 하고 코를 막으시고 나가셨다가 다시 들어오셔서는 "아니, 이것이 도대체 뭔 일이라냐, 응?" 하시며

나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워 주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움직일 수도 없었던 내가 조금씩 움직일 수가 있게되어 어머니와 함께 오물들을 치우기 시작하였다.

일주일간을 거의 먹지 못해 탈진 상태였지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기에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며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생활의 기도를 바치면서 청소를 했다.

먼저 걸레로 오물들을 훔쳐 낸 후 주방세제를 뜨거운 물에 풀어서 바닥을 깨끗이 닦은 뒤 맑은 물로 헹구고 또 헹구었다.

리고 의자를 옮겨가며 천장을 다 닦고 그릇들은 깨끗이 씻어 찜통에 넣고 푹푹 삶았다.

"주님!

저는 지금 역한 냄새를 풍기는 오물들을 치우고 있지만 주님께서는 저와 세상 모든 죄인들의 영혼에서 풍기는 추한 냄새를 제거해 주시고 영혼의 더러운 부분들을 모두다 제거해 주시며, 깨끗하게 씻어주시고 닦아주시고 막힌 곳을 뚫어 주시옵소서.

그리고 모든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악습들도 깨끗하게 제거해 주시고 영혼을 아름답게 꾸며 주시어 주님께서 맡겨 주신 소명을 다하는 주님의 진정한 도구들이 되어 천국을 누리게 하소서.

그래서 이제 우리 모두가 매순간 새로운 부활의 삶을 살면서 주님을 증거 하게 하시어 온 세상에 주님의 성심의 나라를 세우소서.

그리고 제가 행하는 이 모든 희생과 보속을 통한 봉헌이 주님께서 흘리신 피땀과 성모님께서 흘리신 피눈물이 닦여질 수 있는 온전한 봉헌이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래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나는 언제나 내게 온전히 맡기며 의탁하는 너와 함께 한단다.

생활 전체를 생활의 기도로 바치는 작은 영혼들에게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힘을 주어 매순간 기쁨과 사랑과 평화를 잃지 않도록 나와 내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와 은총으로 축복해 주겠다.

설사 영적이며 내적인 메마름으로 신음할지라도 항구한 사랑의 마음으로 전심전력을 다하여 생활의 기도를 바칠 때 내 항상 함께  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 새롭게 시작하도록 하여라."

 

"오! 내 사랑, 나의 님이시여!

저는 보잘 것 없는 피조물에 불과하지만 당신은 지극히 보배로운 피로써 저를 죄의 수렁에서 건져내시어 깨끗이 씻어주셨나이다. 당신의 말씀을 따르는데 전심전력을 다하겠나이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구석이 많사오니 당신 맘에 드는 도구 되도록 언제나 수리하고 고치시어 쓰시옵소서.

이 몸 온전히 당신의 것이나이다. 아멘."

청소와 그릇 씻는 일을 다 끝내고 나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