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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던 알콜 중독자 (1990년 3월 13일)

 

극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나는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갈바리아의 형극을 묵상하면서 울고 있었다.

그때 수강 아파트에 살고 있던 마르따 자매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 오더니 "언니, 언니! 수강아파트 정문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가는 사람이 있어, 알려주면 언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뛰어왔어."

누군 지는 모르나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래, 고맙다. 나 좀 부축해 줘" 하며 그 자매의 몸에 의지하여 간신히 일어난 나는, 나도 모르게 뛰듯이 수강아파트 정문으로 달려갔다.

정문 전체가 거의 다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 밑에 머리가 앞뒤로 다 찢어지고 터진 60대의 한 남자 분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우선 타월로 피를 대충 닦고 기도하니 정신이 돌아왔는데 그 분은 나를 보자 갑자기 "아이고 아짐, 천사 같은 아짐"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으니 택시는 아예 태워주지도 않았기에(그 당시 119 구급차도 없을 때였음)  장부와 루비노 회장님을 불러, 협력해주던 형제의 차 의자에 비닐을 둘러씌운 뒤 그를 태우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그 곳에서는 응급처치로 37바늘을 꿰매고 난 뒤 "우선 급한 대로 응급처치는 했지만 너무 위험하니 어서 빨리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십시오" 하여 종합병원인 나주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나주 병원에서도 "머리를 너무 심하게 다친 상태인 데다가 출혈을 너무나 많이 했기 때문에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 것입니다" 하며   집으로 데리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분에게서 나는 냄새는 역한 피비린내뿐만이 아니라 만취된 상태에서 입고 있는 옷에다가 대소변을 그대로 배설했기에 몸 전체에서 지린내와 구린내가 어찌나 지독하게 풍기던지 응급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았다.

그래서 속옷부터 겉옷까지 모두 사다가 입히기 위하여 옷을 벗긴 뒤 피투성이가 된  몸을 다 닦아드렸다.

병원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으니 집으로 모시고 가라고 하여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더니 그분을 모시고 병원을 나올 때쯤에는 상태가 많이 좋아져 있었다.

병원에서 나온 시간이 밤 11시쯤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우리 모두는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으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랑 실천을 하다보니 배고픔마저도 잊고 있었다. 아니, 잊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힘을 주셨으리라.

그때에서야 장부에게 "미안해요, 부족한 마누라 위해 언제나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동참해 주시니 고마워요" 했더니 장부는

"아니야, 오히려 내가 고마워,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찌 이런 사랑 실천을 할 수 있었겠어" 하고 말했다.

루비노 회장님과 운전을 해준 안드레아에게도 "수고했어요. 그리고 고맙고요" 했더니 그들 역시 "아니야, 율리아의 사랑 실천에 조금이라도 동참할 수 있게 해주어서 오히려 고마워요." "큰일은 두 분이 다 했잖아요" 하여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웃으며 "이제 밥을 먹어야지?" 하면서 그분에게도 밥을 먹이자고 했더니 모두 놀랐다.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하여 응급 조치만 받고 나온 사람에게 밥을 먹이자고 했으니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주님께서 이미 치유해 주셨다는 확신이 들어 그렇게 말한 것이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기사식당을 찾고 또 찾아서 가다보니 함평까지 가게 되었다.

다섯 사람이 밥을 7인분 먹었는데 그분은 얼마나 잘 잡수시는지 제육 복음을 네 접시나 혼자 드셨기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라워했으나 나는 놀라지 않았다. 나는 음식을 먹기 전에

"불가능이 없으신 주님!

이 불쌍한 분이 먹어야 될 음식을 주님께서 흘려주신 오상의 성혈과 일곱 상처의 보혈로 변화시켜 주시고 성모님께서 흘려주신 눈물과 피눈물과, 예수님을 먹여 기르시던 젖으로 변화시켜 주시어 이 음식 먹는 이분에게 영육간의 건강 주시고 부활시켜 주십시오.…"

 

"내 작은 영혼아!

나에 대한 너의 완전한 믿음 안에 내가 존재하며 생활하고 있으니 너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고 나와 함께 한다는 것을 어찌 속인들이 짐작인들 하겠느냐."

집에 돌아오니 새벽 1시 20분이 되었다. 그분을 우시는 성모님 상 맞은편 방에 주무시게 하고 나는 그를 돌보기 위해 그 옆방에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