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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죽어서 천당에 온 것이 아닌가? (1990년 3월 14일)

 

다음날 아침 옆방에 가만히 들어가 보았더니 그분은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좀 어떠세요?" 하고 물으니

"아이고 아짐, 내가 왜 여기에 있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어머, 어제 일 기억 안 나세요?" "잘 안나요."

"그럼 지금 머리 안 아프세요?" "하나도 안 아파요"

하여 꿰맨 머리를 보았더니 밤새 완전히 나아 있었다.

내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아! 이제 생각이 조금 나네요.

내가 수강아파트 쪽에 있는 건물 창고에서 지냈는데 어제 아침에 밖에 나갔다 왔더니 아, 글쎄 불도저로 그 창고를 밀어 버렸잖아요.

그래서 항의를 했지요. 그리고 매일시장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돌로 머리를 사정없이 때려서 땅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수강아파트 쪽으로 와서 그 사람들에게 또 항의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 한 목숨 살아서 무엇하냐 차라리 죽어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수강아파트 정문 이쪽 저쪽을 다니면서 온몸과 머리를 찧고 또 찧어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는데 그 뒤로는 생각이 잘 안 나네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서 이런 좋은 옷까지 입고 좋은 방에 누워있으니 내가 죽어서 천당에 온 것이 아닌가하고 내 살을 꼬집어보고 있던 참이었어요. 아짐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나 천사임에 틀림없을 것이요."

"아니에요. 저는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참말로 봉센 살아 있을 때 아짐씨가 봉센한테 하는 것 보니까 참말로 친자식이라도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요. 어디 그 뿐이요.

봉센 눈까지 떠 주었으니까 참말이제 심청이가 어디 따로 있다요,

아짐이 바로 심청이제."

그러다 보니 그는 어쩌다 한번씩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집 마루에서 잘 때가 있었는데 내가 밤에 먹을 것을 가지고 할아버지 집을 찾았을 때 그도 함께 음식을 나누고 하던 분이었다.

내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어서 다니느라고 거의 밤에만 다니곤 했기 때문에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집에서 나를 유일하게 본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