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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초상 치를 음식으로 부활 잔치 벌이다. (1992년 5월 3일)

 

첫 토요일 철야기도를 마친 뒤 쉬고 있는데 영광 세실리아 자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갑자기 시어머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회생이 불가능하다." "밤을 넘기지 못하시겠다."

는 절망적인 판정을 내려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다.

집으로 모시고 온 어머님은 간헐적으로 숨을 쉬고는 계셨지만 이미 온몸이 싸늘하게 굳어져 간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한번만이라도 눈을 뜨고 한마디의 말이라도 하고 돌아가셨으면 원이 없겠다며 통곡하였다한다.

세실리아 자매님의 장부인 라파엘 형제님은

"하느님, 저도 어머니와 함께 데려가 주세요"

하고 방바닥을 두드리며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며 내가 피곤한 줄을 알면서도 시어머님이 평소에 나주 성모님을 너무 좋아 하셨으니 임종이라도 잘 하실 수 있도록 기도를 청하고자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세실리아 자매님 부부는 나주 성모님을 위하여 열심히 일했던 봉사자였기에 나는 그 전화를 받자마자 즉시 안드레아의 차를 타고 영광으로 달려갔다.

밤 10시경에 도착해서 보니 가족들과 친지들 30여명이 죽 둘러앉아 울고 있었는데 그 어머님의 얼굴은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가족들은 그 어머님을 목욕시켜서 속옷을 갈아 입히고 수의를 발 밑에 놓아두었고 이미 장례 치를 음식물까지도 다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그분을 품에 안고, 자비하시고 선하시며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부활이신 주님께서, 죽은 나자로를 살리신 주님께서 하시고자만 하시면 못하실 일이 어디 있겠나이까! 주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당신의 자비와 능력의 손길을 펼쳐서 이 어머님을 살려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자 가족들과 친척, 동네 어르신들 모두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 환자를 위한 기도를 마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갑자기 일어나서 빙 둘러 앉아있는 가족들 모두를 기도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자 세실리아 자매님이 "여기에 계신 분들은 신자들이 아니에요" 했지만 나는 모두에게 기도를 해주었다.

가족들에게 기도를 해준 뒤 다시 시어머니에게로 가서 기도했더니 죽음 직전에 계시던 그분이 눈을 번쩍 뜨고 나를 바라보시면서

"성수"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얼른 그분의 손가락에 성수를 묻힌 뒤 그 분의 팔을 들어 성호를 그어 드리려고 했는데 이미 온몸이 굳어져 있었기에 팔이 굽혀지지 않아 공중에 십자가를 그어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느님 용서하소서" 하며 놀랍게도 통회까지 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눈을 뜨시고 가족 모두를 일일이 돌아다보았는데 바로 그 순간 싸늘하게 식어가고 굳어져 있던 손이 어느새 풀려 세실리아 자매님의 손을 잡으시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너무나 좋아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일시에 기쁨의 통곡으로 이어졌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이들 대부분은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을 해 왔는데 모두들 치유되는 놀라운 사랑의 기적이 연속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세실리아 자매님의 남편은 30년간 당뇨병에 간염 합병증까지 앓고 있었으며, 바로 아래 동서는 20여년간 위장병 때문에 매운 음식은 물론 밤에는 아무것도 먹질 못했고, 셋째 시누이 남편은 늑막염 수술을 받은 후부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여 입원을 여러 차례 했고 설상가상으로 심한 설사까지 겹쳐서 입원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치료가 되지 않아 퇴원하여 집에 있다가 차에서 누운 채로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정 언니는 소아마비인데 욕실에서 넘어져서 무릎의 둥근 뼈가 깨지는 바람에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그의 친정 아버지는 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장염마저 너무 심해 계속해서 설사를 했고 배도 많이 아팠다는데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여 딸집에 그냥 계시는 상태였다 한다.

그 날 그곳에 모인 이들은 원불교, 개신교, 무신론자, 무속인 등 가지고 있는 종교들이 각양 각색인 사람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아멘" "아멘" 하고「아멘」으로 응답했었다.

기쁨의 통곡 소리로 온 집안이 떠들썩할 때 순식간에 장미향기가 온 집안을 가득 메웠고 그 순간 이방인들이었던 그들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오기 위하여 그 집을 막 나서는데 소아마비에 무릎 둥근 뼈까지 깨져서 일어서지도 못하던 그의 언니가 배웅 나오다가 갑자기 "오메, 살아 생전에 다시는 걷지 못할 줄로만 알았던 내가 이렇게 혼자서 걸어나오다니, 워메 참말로 이것이 꿈이당가 생시당가" 하고 소리치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리고 그 날 밤 안으로 돌아가실 줄로만 알았던 시어머니가 일어나서 음식도 잡수시고 이야기도 했으며 아침에는 정상으로 돌아오니 구경꾼들이 들이 닥쳤다 한다.

그분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준비한 음식들이 하루아침에 그분의 제 2의 탄생을 기념하는 잔치음식이 될 줄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초상을 치르려던 집에서 개를 사다가 보신탕을 얼큰하게 끓였는데 위장병이 심하던 그의 동서도, 심한 설사와 간 질환 그리고 장염으로 고생하시던 친정 아버지도 얼큰하게 끓인 보신탕 한 그릇 반씩을 거뜬하게 잡수셨는데 전날 밤 완전히 치유를 받아서 설사도 하지 않고 소화를 잘 시켰다.

그리고 차에서 누운 채로 왔다던 시누이 남편도 읍내까지 손수 차를 운전하고 가서 개를 사올 정도로 완전히 치유를 받았다.

이날 육적인 치유뿐만 아니라 20여 년 간을 불목해 왔던 9남매,

대가족이 완전한 화해로써 사랑의 일치를 이루게 되었으니

어찌 주님께 감사 드리지 않으리.

"오, 나의 사랑! 내 구원자 내 님이시여!

당신의 그 크신 사랑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사오리이까.

주님께서는 수많은 병든 이들을 낫게 하시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시고도 열두 광주리나 남게 하셨으며,

죽은 과부의 아들도, 야이로의 딸도, 라자로도 살리시더니 오늘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를 살려 주셨사오니 끝없이 펼쳐지는 당신의 무한하신 자비와 사랑 앞에 이 죄인 고개 숙여 감사의 찬미를 올리나이다.

오로지 당신의 뜻만을 따르려 하는 부족한 저희들을 통하여 주님 영광 받으시고 찬미 찬양 받으시며 흠숭 받으소서.

당신이 저를 필요로 하실 때마다 매순간 「예」 하고 따르리니 언제나 저를 가지소서.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기까지의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러나 많은 열매 맺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그 많은 아픔들도 행복으로 바뀌나이다.

위로 없는 고통을 사랑으로 받는 법을 가르쳐 주신 님이시여!

낮은 자리가 있어야만 높은 자리가 있기에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이 죄녀는 겸손의 잔을 받들고 낮은 자리로 계속 내려가 우리 주님과, 성모님을 높은 자리에 앉혀 드리고자 하오니 님의 애타는 사랑의 포로가 된 이 죄인의 입에서는 언제나 감사와 찬미만이 흘러 넘치게 하소서."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신뢰에 찬 너의 열렬한 기도는 이미 내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단다. 세상의 수많은 자녀들이 머리로는 알고 입으로는 말하나 세속과 타협하면서 심한 물욕과 허영과 야심으로 불타 오르고 음란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어 감관의 쾌락만을 즐기며 쫓으려 하기에 매일 매순간 내 마음은 몹시도 괴롭구나.

그러나 너와 같은 작은 영혼이 있기에 나와 내 어머니는 위로를 받는단다.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가려 뽑은 내 사랑하는 작은 영혼아!

너는 이미 내 사랑의 자비와 일치하여 모든 이웃을 나를 대하듯 사랑하고 있으니 썩어 떨어져 나갈 가지인들 어찌 새싹이 돋아나지 않겠느냐.

독 묻은 욕정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여 비열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 내 어머니와 나의 사랑 안에 온전히 일치하려고 하는 너에게 담을 수 없을 만큼 풍성한 은총을 내려 이웃에게까지 흘러 넘치게 할 것이다.

그러니 더욱 깨어 기도하면서 매순간 너를 쓰러뜨리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마귀로부터 승리하여 애타적 사랑을 실천하며 봉헌된 삶을 영위할 때 네 영혼의 은밀한 곳으로부터 향기로운 번제가 올려져 나의 위대함과 너의 보잘 것 없음 가운데 놓인 심연을 채울 것이니 모든 것을 나에게 온전히 맡기고 더욱 단순하게 네 자신을 비워 놓고 나와 내 어머니가 네 안에서 생활하도록 하여라."

 

"오! 나의 사랑, 나의 보배, 나의 전부여!

당신의 위대하심과 거룩하신 모든 업적을 어찌 감히 우리가 측량할 수 있사오리이까. 오로지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