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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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없어진 단추가 하늘에서 내려오다. (1992년 3월 27일)

 

 광주 세실리아 자매님 댁에서 잠시 머무를 때였다.

메시지 전달을 하러 서울에 가기 전에 나주에 내려갔다 가야 되는데 갈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그냥 곧바로 서울로 가기로 했다.

광주에 올 때 챙겨준 블라우스를 입어 보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한달 전에 나주 집에서 블라우스 단추가 하나 떨어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 광주에 나가서 단추 파는 집을 다 뒤졌으나 좀 특이하게 생긴 단추였기에 구하지 못해 결국 포기했었는데 내가 세실리아 자매님 댁으로 올라갈 때 하필 이 옷을 챙겨준 것이다.

우선 급한 대로 세실리아 자매님 옷이라도 빌려 입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뚱뚱한 자매님의 옷이 내 몸에 맞을 리 없으니 당장 입고 갈 옷이 없어 큰일이었다.

대체할 옷이 없어 다른 단추라도 밑에다 달아서 입을 생각으로 단추를 찾아보았으나 집안에 단추가 하나도 없어서 우리 모두가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갑자기 위에서 똑같은 단추 하나가

"툭" 소리를 내며 앉아있는 내 치마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세실리아 자매와 라파엘 형제님, 그리고 안드레아와 나는 동시에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오! 나의 주님, 나의 님이시여!

이 죄녀를 이토록 많이 사랑하시나이까.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죽음의 늪에서 끌어내시어 살려주시더니 이제는 불가능이 없음을 보여주시오니 이 죄녀 감사 또 감사 드리나이다. 천하디 천한 이 죄녀는 오로지 주님의 도구일 뿐이오며 오직 당신의 것이나이다.

슬픔과 괴로움을 기쁨과 사랑과 평화로 승화시키시는 나의 님이시여!

당신의 깊은 사랑의 경륜을 몰라 죄 중에 사는 모든 이들의 회개를 위하여 저 자신 온전히 바치겠나이다.

주님께서 흘리신 피땀과 성모님의 피눈물이 닦여 질 수만 있다면 야 어찌 제 목숨인들 아까우리이까.

어둠 속에서 방향 감각까지 잃고 헤매는 영혼들 위하여 제 한 생을 바치오니 제 바램이 아닌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끝없는 고통의 파도도 당신의 영광을 위함과 어둠 속을 헤매는 수많은 영혼의 정화를 위하여 바치오니 님이여 위안되소서."

 

"오! 지극히 사랑하는 딸, 내 작은 영혼아!

그 작은 것 한가지로 그렇게도 기쁘게 감사하느냐?

언제나 인간적으로 계산하거나 저울질하지 않고 단순하게 나를 따라오는 너를 볼 때마다 나는 즐거운 휴식을 취할 수가 있구나.

그런 너를 내 어찌 사랑하지 않으며, 예뻐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오 오! 사랑하올 주님! 이 세상 모든 이들도 주님의 사랑 받는 아들딸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다 예뻐해 주시어요. 네?"

 

"그-러엄, 설사 자유의지로 과오를 범한다 할지라도 모두가 사랑하는 나의 아들딸들이란다.

그러기에 모든 자녀들이 회개하여 죄의 사슬에서 풀려 나오도록 나는 십자가에서 피 한 방울 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쏟아준 것이 아니더냐.

그런데도 세상은 나를 무수히 촉범하고 수많은 영혼들이 지옥의 길을 재촉하고 있기에 내 마음은 활활 타오르고 있으나 너와 같은 작은 영혼이 있기에 휴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란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이제 부족하고 보잘 것 없어 비참하고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네 영혼 안에 나 항상 함께 하리니 신성한 가치를 지닌 나의 잔치에 초대된 모든 자녀들에게 큰 축복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