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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가 뿌린 씨는 제가 거두겠습니다. (1982년 2월 8일 오후)  


그들이 관광을 떠난 뒤 오후에 영암에서 있을 성령 세미나 5주 안수식에 참여하기 위하여 다섯 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광주에서 출발한 봉사자들이 타고 오는 버스가 나주를 경유해서 영암으로 가기 때문에 나는 나주 터미널에서 기다렸다가 타도 함께 갈 수가 있는데 회장님이 굳이 광주까지 와서 함께 타고 가자고 하시어 순명하는 마음으로 그리했다.

광주행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고통이 뒤따랐다. 너무 힘이 들었기에 차에서 내린 뒤에는 터미널 의자에 누워 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봉사자들이 모두 모였는데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회장님께서는 너무 안쓰러워 하시며 "율리아, 율리아팀 안수식 내가 대신 해 줄게 가지 말지, 응?" 하고 만류하셨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제가 뿌린 씨는 제가 거두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셔요. 회장님" 했더니 "그래 알았어, 율리아의 그 희생과 사랑을 그 누가 막을 수 있나? 죽어가면서도 해 낼 거야" 하시며 나를 부축해 주셨다.

나는 버스 오른쪽 두 번째 좌석에 혼자 앉았는데 네 사람은 내 앞뒤로 두 사람씩 앉았다.

조금 후에 한 남자 분이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 순간부터 고통이 줄어들었기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제 율리아, 주님을 전하는「말씀」이 시작되었다" 고 뒤에서 소곤대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냉담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광주에서부터 목적지인 영암에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그 형제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형제님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냉담을 풀기로 했으며 급기야는 그 날 밤 성령 안수식에도 오기로 약속했다.

그 형제님은 성당에 다니면서 교우들로부터 받은 많은 상처로 인하여 마음 안에 미움과 증오와 분노가 싹텄고 결국은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혀진 상태에서 천주교에 대하여 왜곡된 생각까지 품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계속해서 그 형제님에게 주님과 성모님의 높고 깊고 넓으신 사랑을 전하면서 용서와 화해로 얻어진 사랑을 이야기 해 주었더니 "자매님같은 교우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하기에

"저는 부족한 죄인일 뿐입니다. 잠시 잠깐 쓰이는 도구일 뿐이지요" 했더니 "나 이제 진짜 성당에 나갈래요. 주님께서 오늘 저를 위해 자매님을 보내주셨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뒤에 앉아 있던 봉사자들이 "이제 율리아가 말씀을 전하면서 살아났다" 고 한마디씩 말을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통은 멀리 사라졌고 홍조 띤 얼굴로 말씀을 전하고 있었다.

그 형제와는 저녁에 성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그는 나와 한 약속을 어기지 않고 성당에 나와서 강론도 들었고 안수식에도 참여했다.
 

"나의 사랑 나의 주님이시여!

오늘도 변함 없이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 드리나이다.
부족한 이 죄녀를 통하여 불러주신 그 아들에게,
주님께서 세우신 계획이 꼭 이루어져서 주님 영광 받으소서."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네가 나의 심오한 사랑과 진리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전하여 그들이 죄의 사슬에서 풀려나올 수 있도록 일깨워 주려하기에 마귀는 너를 옴짝달싹도 못하도록 너의 자유의지까지도 나약하게 만들려 하지만 너는 오늘도 마귀로부터 승리하여 한 영혼을 구하였으니 내 마음 몹시 흡족하단다. 더욱 깨어 사랑의 힘을 발휘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