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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예수님께서 타신 당나귀의 비유 (1983년 2월 9일)

 

광주 시댁에 다녀오던 길에 광주 터미널에서 A자매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자매는 무거운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또 하나는 들고 걸어오다가 나를 보더니 "율리아씨! 나 지금 부산에 가서 환자를 많이 나서(병나음) 주고 온다아-, 이 물건들은 병 나슨 사람들이 준거야"

하며 자랑하는 소리를 늘어놓기에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연실색하고야 말았다.

의사가 아닌 이상 "내가 병을 낫게 해 주었다." 란 말은 도저히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 자매의 말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함께 성령운동을 하던 형제 자매들로부터도 그와 비슷한 말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날따라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왜냐하면 설사 우리가 치유의 은사를 받았다 할지라도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병자를 낫게 한다거나 마귀를 쫓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고 인간을 통하여 일을 이루시는 주님께서 필요하실 때마다 부족한 우리를 잠시 잠깐 도구로 사용하시어 이루신 일들이기 때문이다.

나주행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내내 묵상에 잠긴 채 내 마음은 주님께 향하고 있었는데 성령봉사자들과 레지오 단원들이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다.

「성모님을 따라서 더욱더 겸손하게 일하면서 모든 영광을 주님께 바쳐 드린다면 더 큰 은총과 함께 주님을 위하여 보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님께서 마땅히 받으셔야 할 영광마저도 오히려 자신들이 가로채 받아 버리는 일이 얼마나 허다하게 많은가」

예수님께서 당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많은 이들이 예수님께서 그 위를 지나가시도록 빨마가지와 옷가지 등을 던져 드리며 환호했는데 예수님을 태우고 가던 당나귀가 "오! 나의 주님을 이렇게도 환호하는구나" 하며 자기의 본분을 다해 예수님께서 떨어질세라 조심스럽게 사뿐사뿐 걸어간다면 우리 주님은 무사하시겠지만 그러나 잘못 생각하여 '오, 이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환대해 주는구나' 하고 좋아서 껑충껑충 뛰어 버린다면 우리 주님은 땅으로 떨어지시거나 아니면 떨어지시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착각으로 날뛰는 어리석은 당나귀 위에서 어지러운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면서 위험에 처하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주님으로부터 불림 받은 모든 자녀들이 받은 은총을 가지고 언제나 겸손하게 일하면서 모든 영광을 우리 주님께만 돌려 드리고, 모든 일을 겸손과 사랑으로 실행한다면 우리 주님의 찢겨진 심장을 기워드리는 것이며 박힌 가시와 못을 빼어 드리는 것이 될텐데…

"주님! 나의 님이시여!

저는 부족한 죄인이나이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이 죄녀를 사랑하셔서 부르셨사오니

매일 매순간 교만하지 않으며, 자존심을 내세우는 일이 없도록

겸손의 갑옷으로 감싸주시옵소서. 행여라도 제 눈에 들어있는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든 티를 꺼내려고 하는 일을

결코 저지르지 않도록 부족한 이 죄녀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소서.

그리하여 주님 영광 위해서만 이 몸 바치고자 하오니

오직 당신 안에서만 숨쉬고 생활하게 하여 주소서."

 

"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위선과 탐욕이 감추어진 허황된 영성 속에서 나를 전한답시고

거들먹거리는 영혼도 있기에 나의 마음은 몹시 아프지만

그러나 내 이름만을 부르며 사랑 어린 자애로 내게 영광을 돌리는 너와 같은 작은 영혼이 있기에 나는 위로를 받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