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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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조용히 쉬며 기도하고자 했으나… (1983년 3월 5일)

 

주님께 고통을 봉헌하고 난 뒤 나는 곧바로 성령운동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매일 매일 지속되는 고통으로 면담하기도 힘들었으나 나를 찾는 이들을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았다.

내가 받는 고통의 근원을 속속들이 알리 없었던 가족들은 나의 고통을 지켜보다가 너무 안타까워 한번은 나를 광주 기독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나는 병원에 가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지 않았던 것은 가족들에게 순명과 애덕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입원하게 된 병실에는 네 사람이 입원해 있었는데 내가 병실에 들어오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아이고, 그 자리에 아주 재미있는 천주교 신자가 있었는데 또 천주교 신자가 들어왔네" 하며 나 또한 무료한 그들에게 어떠한 재미를 안겨주기를 바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조용하게 촛불을 켜고 기도만 하고 있으니 그들은 나를 재미없어 했다.

그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사실 나는 병원에서 만이라도 좀 조용하게 쉬고 싶었다.

내 오른쪽 침대에 있던 환자는 양쪽 신장이 완전히 파열되어 겨우 혈뇨만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 이식 수술을 해 주어야 되는데 신장을 기증해 줄 사람이 없어 매일매일 울고만 있었고 내 왼쪽 침대의 환자는 계속 기침을 하는데 어찌나 괴로워하던지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 정도로 안타까웠다.

그는 가래 검사를 하루에도 3-4회나 해야하는 심한 환자였는데 밤에는 1분 1초도 쉴새없이 내 쪽을 향해 심한 기침을 해대니 입원하여 잠시라도 쉬고자 했던 나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아예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오! 나의 사랑, 나의 님께서는 나를 이렇게도 끔찍이 사랑하셔서 쉬는 대신 많은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이곳에 불러 주셨군요.

저 자매님의 안타까운 기침소리에 잠도 자지 못하고 쉴 수도 없는 저의 이 힘든 고통들을 주님 영광 위하여 그리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바치겠사오니 기침소리 한번들을 때마다 한 영혼씩 구해주세요. 그리고 옆의 자매님들은 그 기침소리가 사랑의 멜로디로 들릴 수 있도록 해주시어서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시어요'

하고 기도로 봉헌했다.

입원한지 이틀째 되는 날 신장이 파열된 자매가 문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기에 "왜 그렇게 놀라세요.?" 했더니

"아이고 말도 마시오. 문소리만 나면 나 주사 놓으러 오는 줄 알고 이렇게 놀라요. 그 주사 한 번 맞을 때마다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주사에 대한 노이로제까지 걸렸다니까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저 자매가 주사를 맞을 때마다 기도 좀 해 주어야 되겠구나' 생각하고 나 혼자서는 누구도 기도해 주지 않겠다고 한 나의 굳은 결심을 바꾸었다.

우리는 아니, 나는 잠시 잠깐 쓰이는 도구일 뿐,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치유해주시는 분은 오직 주님뿐이시기에 당연히 모든 감사와 영광은 주님께서 받으셔야 마땅했던 것인데 치유 받은 이들이

"율리아씨가 기도해 주어서 병 나았다"는 등 여러 가지 찬사의 말을 하므로 주님께 드려야 할 감사를 나에게 돌리려 하였으므로 다시는 혼자서 기도를 해주지 않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너무 안쓰러워 나의 굳은 결심을 풀기로 한 것이다.

그 자매가 주사를 맞을 때

"주님! 당신은 불쌍한 자녀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셨지요?

이 자녀도 불쌍하시지요? 그러니 이 딸이 주사를 맞을 때 아프지 않도록 주님께서 어루만져 주시어요" 하고 기도했다.

그 자매는 주사를 맞고 나서 "어머머, 하나도 안 아프네. 너무 신기하다" 하고 기뻐하며 하루에 몇 번씩 맞아야만 하는 아픈 주사를 겁내지 않고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주사 노이로제에서 해방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문 여는 소리에 놀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러 오면 나에게 손짓하며 "얼른 와" 하며 웃을 수 있게 되었기에 모두들 오랜만에 웃는 모습을 본다고 좋아들 했다.

"오, 사랑의 주님!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감사와 영광과 찬미를 세세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