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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어린이 같은 할아버지의 기도 (1986년 5월 29일)

 

마닐라로 떠나기전 나는 할아버지께 들러

"얼마동안 국을 끓여다 드리지 못할 것 같으니 제가 돌아 올 동안

국밥이라도 사 잡수세요"하고 돈을 좀 드렸더니

"그 동안 내가 아짐 못보고 죽으면 어떡하오"

하며 걱정을 하시기에 "아이 할아버지, 안 돌아가셔요.

그 동안 할아버지 건강하시라고 기도 많이 할 테니 할아버지도 기도 많이 하세요"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그 동안 할아버지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한 뒤 마닐라로 떠났다.

나는 귀국하자마자 먼저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더니 할아버지는 울고 계셨다. "나 하느님한테 '아짐 빨리 돌아오게 해 주시라'는 그 기도밖에 못했오." 할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마음과 같았다. 그러면서 "13일간을 못 봐서 아짐 보고 싶어 눈이 짓물러 버리는 줄 알았오" 라고 하시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천진난만한 천사처럼 느껴졌는지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오 주여!

죽는 그 날까지 지켜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보살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