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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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신혼 생활이 시작된 C자매 (1982년 7월 27일)

 
중흥동에 살고 있는 C자매가 면담을 청해 왔다.

남편은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딸은 고등학생인데 이제는 도저히

더 이상 살수가 없다고 했다.

그 이유인즉 처녀시절에 성폭행을 당하여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을 임신하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한다.

딸이 고등학생이 되도록 남편이 용서가 되지를 않았던 그 자매는 결혼생활 내내 남편을 미워했는데 남편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심이 끓어올라 자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옆에 칼이라도 있으면 찔러 죽이고 싶었고 총이라도 있으면 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 자매에게 "자매님! 남편이 그동안 살면서 혹시라도 바람을 피우거나 다른 여자에게 곁눈질이라도 한 적이 있었나요?" 하고 물으니 그녀는 "아니요.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러면 혹시 못생기셨나요?" "아니요. 아주 잘 생기고 성격도 좋아요." "그러면 혹시 구타당한 적은 있어요?"

"아니요, 저를 끔찍이도 사랑하고 아끼는데도 처녀 시절 남편에게 성폭행 당할 때 끔찍했던 생각들이 영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남편이 용서가 되지를 않았고, 딸아이마저도 원망스러워 이제까지 사랑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텅 비어 있는 것 같았고 영혼도 메마를 대로 메말라 하루 하루의 삶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져 때로는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자매님! 자매님의 남편은 이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도 자매님을 끔찍이 사랑하고 있어요.

그분은 모든 것을 다 갖추었는데 왜 그런 일을 자행했겠어요. 자매님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일생을 자매님과 사랑을 나누며 함께 살고 싶은 마음으로 한 일들이니 이제는 용서해 주세요.

물론 남편의 방법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지금까지도 자매님만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자매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 지를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서로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자매님은 남편을 총이나 칼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마음 안에 미움과 증오와 분노와 격정의 독이 가득 차 있으니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하며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의사를 남편으로 둔 어떤 자매는 남편과 함께 지내고 싶어도 남편이 늘 바쁘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없어 항상 그것이 불만이었답니다. 그래서 그 자매님은 친구들을 자주 만났는데 친구들은 항상 행복해 보였고 유독 자기만이 불행해 보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자매는 이혼을 결심하고 '여보! 나 더 이상 당신과는 함께 살수 없으니 이혼해 줘요' 했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남편은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서 다니고 있던 직장까지 그만 둘 수가 없어서 할 수없이 이혼하기로 했지요.

이혼 서류를 꾸미던 중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고 하혈증세가 있어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해본 결과 자궁암 말기로 판명되어 수술마저도 할 수가 없게 되었기에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이제 와서 이혼하면 뭐하겠나?' 싶어 이혼하기로 한 마음을 돌리고 임종 준비를 하면서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다가 그 동안 남편이 자기를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자기에게 무관심한 줄로만 알았는데 죽음을 앞두고 생각해 보니 오히려 자신의 마음 안에는 항상 남편에 대한 불신과 미움이 가득 차 있어 언제나 남편을 잘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외적으로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며 교만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서 주님께 먼저 용서를 청한 뒤 남편에게 유언의 편지를 썼답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던가를 용서 청하며 어차피 자신은 곧 죽게되니 자신이 죽은 뒤에 재혼하거든 그 여자에게도 자기에게 베풀어준 사랑을 똑같이 해주라고 청하는 여러 장의 편지를 써서 놔두었는데 남편이 그 편지를 읽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기에 서로 부둥켜안고 얼마를 울었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의 남편은 아내를 살릴 방법을 찾아보고자 자신의 병원에서 재검사를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답니다.

이는 바로 그들이 서로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며 회개하고 사랑으로 승화시켰기에 주님께서 자비로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신 것입니다."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자매님! 가슴에 손을 대고 기도하십시다"

하며 그와 함께 기도를 했다.

그분이 악의로 행한 일도 아니고 고의로 골탕 먹이려고 한 일은 더더욱 아니며 단지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으니 부디 용서하고 사랑을 나누는 반석 위의 새로운 성 가정 공동체로 변화시켜 주시기를 주님께 간절히 청했다.

그러자 그 자매는 흐느껴 울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통곡하며 울었다.

그때 자애로우면서도 다정스러운 주님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너의 그 희생과 보속을 통하여 사랑으로 봉헌된 이 영혼의 눈물은 진정한 회개의 눈물이었기에 내 어머니의 애타는 눈물과 너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눈물이 합일되었으니 그가 부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받은 은총을 잘 관리하여 자유의지의 남용으로 마귀와 합세하지 않도록 그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어라."

그 자매는 기도가 끝나고 나서도 나의 품에 안겨 많은 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회개의 은총으로 기쁨과 사랑과 평화를 가슴에 가득히 안고 돌아갔는데 그 다음날 전화가 왔다.

"사랑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어제 집에 돌아가서 남편에게 큰절 석 자리를 하며 진정으로 용서를 청하고 화해했습니다.

우린 이제 새로운 부활의 삶 속에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전화를 받던 내 눈에서도 기쁨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