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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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저는 잠시잠깐 쓰이는 도구일 뿐입니다. (1982년 9월 5일)

     

P자매는 남편과 함께 두 아들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는데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참으로 높고 깊고 넓은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에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P자매의 남편이 "자매님! 내 부인을 이렇게 변화시켜 주셔서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기에

"형제님! 모든 것은 주님께서 다 하신 일입니다. 잘된 것은 모두 주님께서 하신 것이고 잘못된 것은 제가 한 것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잠시 잠깐 쓰이는 도구일 뿐입니다. 감사는 주님께 드리십시오" 했더니 계속해서 말하기를

"자매님! 어제 어떤 줄 아세요? 평소에 내게 간다 온다 말 한마디하지 않고 다니던 퉁명스럽던 아내가 상냥하게 '저 나주에 다녀올게요' 하고 나가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요를 깔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깜짝 놀랐죠. 밤도 아닌데 또 아이들이 있는데 무슨 일인가 하며 걱정했는데 저와 큰아들한테 요 위에 나란히 앉으라고 하기에 시키는 대로했더니 난데없이 큰절을 넉 자리나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부자가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돌연 제 아내가 울면서 아니 통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소리로 울면서 저와 제 큰아들에게 그동안 무시하고 구타한 일들에 대하여 용서를 청하지 뭡니까. 그 순간 저희 방안은 완전히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고 나중에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엉엉 울었습니다.

결혼생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진실한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지나간 세월 동안 응어리지고 상처 난 가슴에 차디찬 바람이 들락거릴 정도로 휑하니 뚫려 있던 구멍들이 사랑으로 서서히 메워졌고 어느 순간 세월 속에 묻어 두었던 미움과 원망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변화되어 우리는 처음으로 가족 간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처음으로 가져 본 행복을 만끽하면서 자매님께 감사 드리러 오기 위하여 밤새 잠을 설치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답니다.

자매님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여 나는 또다시

"형제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잠시 잠깐 쓰이는 도구일 뿐이니 오직 주님께만 감사 드리세요."

우리는 서로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때 바로 주님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언제나 모든 영광을 오로지 나에게만 돌리려 하는

귀여운 내 작은 영혼아!

언제나 세상 모든 영혼들의 마음에 나의 사랑의 불을 놓고자

갈망하고 있는 너는 오늘도 너의 그 희생과 보속과 정성된

사랑의 마음으로 그녀의 이기심과 미움과 분노와 경멸이라는

칼날들을 부드러운 솜털 같은 사랑으로 바꾸어 주고자

갈망하였으니 내 어찌 너의 그 소망을 거절할 수가 있겠느냐?

너의 그 눈물어린 사랑의 열망이 그들의 영혼에 단비가 되어

생기 돋아 날 수 있었던 것이란다.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수많은 영혼들을 계속해서 광명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내가 너를 끊임없이 양육하겠으니 언제나

너의 그 작은 의지까지도 내 성심의 사랑과 합일되도록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