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5일 성금요일 메시지
며칠간 계속되는 저체온증으로 십자가의 길 기도는 엄두도 낼 수가 없었지만 “성혈조배실 앞에서 기도하라.”는 신부님과 봉사자들의 말을 뒤로하고 “죽어도 주님과 함께 죽겠습니다.”며 움직일 수도 없이 힘겨운 발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 떼며
다섯 분의 신부님들과 여러 수도자들, 그리고 국내외 순례자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시작하였다. 예수님께서 첫 번째 넘어지신 3처와 두 번째 넘어지신 7처에서 나도 그 고통에 함께 동참했다.
그런데 9처에서 예수님이 세 번째 넘어지시자 많은 군중들이 달려들어 예수님을 사정없이 때리고 또 내리치니 살점까지 떨어져나가며 피가 솟구쳤다. 그 때 나도 그 고통에 동참하였기에 나도 모르게 단말마의 비명을 몇 번이나 질렀다. 병사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죽으면 더 이상의 처참한 고통을 받을 수 없으니 그만하라.”며 예수님을 죽이려고 광분하여 날뛰는 그들을 말렸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12처에서 모두 다 장궤를 했지만 다리가 림프부종으로 장궤를 할 수 없는 나는 그대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기도했다. 그 순간 땅에서 냉기가 올라오며 심근경색으로 힘들던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밤부터
34도의 저체온 증에 시달리며 오늘 새벽까지 그 고통을 받았는데 엎드리자마자 땅에서 온 몸을 타고 올라오는 습한 냉기로 인해 저체온증 고통이 다시 시작되는 걸 직감했다.
나는 일어날까 하다가 ‘아니야, 죄인들의 회개와 나주 성모님의 인준을 위해 예수님과 함께 죽자! 주님! 살아도 주님의 것, 죽어도 주님의 것이옵니다. 제 모두를 다 바치오니 오로지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하자 온 몸에 힘이 다 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져 ‘숨이 멎는가?’했는데 어느새 하느님 곁에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성부 : “아니, 네가 왜 여기에 왔느냐?”
율리아 : “하느님
아버지, 제 생명을 거두시고 무법천지가 된 이 세상을 구원하여 주셔요.”
성부 : “얘야, 네가 할 일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모르느냐?”
율리아 : “저는
너무 부족해서 아무 일도 못하겠어요. 그리고 더는 저 때문에 죄 짓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성부 : “네가
세상에 있는 한 그런 일들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인류 구원을 위한 독생성자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어찌 하였더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까지 수많은 이들로부터 모욕과 수모를 당하지 않았느냐? 그걸 잘 알면서 투정을 부리다니...”
율리아 : “오,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뜻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 벌을 내리지 말아주세요.”
성부 : “너의
안위보다 이 세상의 구원을 그렇게도 중요하게 여기며 살신성인하는 너와 같은 작은 영혼을 보고, 정의에 불타 높이 쳐들린 나의 손인들 어찌 놓을 수가 있겠느냐!”
율리아 : “저는
부족한 죄인일 뿐입니다.”
성부 : “그럼
어서 내려가서 네가 해야 할 일을 하거라.”
율리아 : “네, 아버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는 영롱한 빛에 싸여 내려오다가 어느 곳에 이르렀는데 나병환자인 듯 눈과 손이 오그라지고 온 몸이 삐뚤어져 피고름이 줄줄 흐르는 사람들이 애걸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흉측해 보이는 그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다 도망을
갔다. 그때 예수님이 나타나셔서 친히 하실 수 있으셨지만 사제들을 불러 모아 도움을 요청하셨다. 그러나 사제들도 대부분 도망을 가고 몇 명만 남았으나 그 분들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선뜻 달려가지 못하셨다.
나는 “저는 부족하고 또 부족한 죄인이지만 주님께서 늘 저와 함께 계시니 제가 저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 보겠습니다.”하고 달려가 그들을 품에 꼬옥 안고 몸에 입 맞추며 입김을 불어넣자 그들이 깨끗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때 예수님께서 “그래,
내 작은 영혼아!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너는 나의 귀염둥이야.”라고 말씀하셨다.
또 빛에 싸여 내려오는데 어느 곳에 이르자 수많은 사람들이 성폭행과 음란죄를 저지르며 다른 사람의 살을 뜯어 먹기까지 하는 끔찍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감관의 일시적 쾌락을 위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그들은 이미 흉측하게 변해 부모형제와
어린 친자녀들까지 욕정의 제물로 삼았는데 그들이 거부하면 구타는 물론이려니와 살인에 이르기까지 했다. 음란마귀의 꼬임에 넘어가 욕정에 눈이 먼 그들은 이미 부모와 자식도 몰라보는 것이었다.
나는 음란 마귀에게 넘어가 부모형제는 물론 친자식까지 몰라보는 그 영혼들이 너무 불쌍해 차라리 내 몸을 내어주고자 그곳으로 뛰어들어 기도했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나 기도하는 나에게 달려들어 내 생살을 뜯어먹을 때 너무나 아파 악! 악!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예수님! 제 몸과 영혼 모두를 남김없이 바치오니 이 불쌍한 영혼들이 회개하여 모두 다 구원 받게 해주시어요.’하며 간절하게 기도하자 예수님께서 성혈비를 내려주셨다.
그들이 내 몸을 뜯어먹어도 그곳에 금방 새살이 차올랐으며 마음의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놓고 있던 사람들은 내 품안에서 눈물로 회개하자 흉측했던 그들의 얼굴도 보통사람처럼 돌아왔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사람들에게서는 성혈이 예수님께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그들의 회개를 위해 음란죄와 낙태 보속 고통을 봉헌했기에 배는 계속 불러왔다. 그때 예수님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예수님 : “지극히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들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서라면 단말마의 두벌죽음도 겁내지 않는 내 작은 영혼을 따라 나에게 오는 너희는 많은 사람들에게 터무니없는 오해와 미움과 박해도 받겠지만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매일 매 순간 5대 영성으로 무장하도록 분투노력하여라. 그러면 너희는 성덕을 태동시켜 완덕에 도달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며, 마지막 날 작은 영혼과 함께 내
어머니와 내 곁에 서게 될 것이다.”
하시고, 빛을 비춰주시며 강복해 주셨는데 그곳은 바로 다섯 신부님과 국내외 순례자들이 다 모여 기도하고 있는 성모님동산이었다. 나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천사들과 함께 영광송을 바치면서 눈을 떴는데 바로 그때 신부님들과 순례자들도
똑같이 영광송을 바치고 있었다. 기도가 끝난 후 보니 검은 색 겉옷을 관통해서 속옷에 성혈이 많이 내려 왔으며, 머릿속에도 상처들이 나 있어 손을 대기 힘들게 아팠고,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으나 저체온증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님 영광과 찬미와 감사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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