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오늘 밤 우리는 손에 등불을 밝혀 들고 주인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깨어 있으면서 주님께서 당 신 백성에게 행하신 놀라운 구원 업적과 그 신비를 묵상합니다. 불을 축복하고 부활초를 점화하는 예식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도 오늘도 시작이요 마침이요 알파요 오메가이시며 시대도 세기도 주님의 것이오니 영광과 권능이 영원토록 주님께 있나이다. 아멘" 하고 창조주이시고 구세주이시며 영원히 살아계신 그분께 대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 우리를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신 구원 사건이야말로 새로운 창조인 것입니다. 

    뜻 깊은 부활 성야(聖夜)를 맞이하여 가톨릭 교회는 마음을 모아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이 밤은 주님께서 만드신 밤, 하느님과 인간이 화합하는 밤, 새 하늘과 새 땅이 생겨나는 밤..., 오, 참으로 복된 밤! 너 홀로 때와 시를 알고 있었으니, 너 홀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알았도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부활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완전한 승리요, 강생하신 성자의 구원 사업이 완전히 성취되는 순간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 설교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근거 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부활은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의 공동 탄생일입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죄에 대하여 죽고 그리스도의 부활 덕분에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 곧 죄에 대한 우리의 죽음을 의미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의 부활, 곧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부활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과 영광은 우리 모두의 기쁨과 영광입니다. 이러한 이미에서 우리는 오늘 세례 성사 갱신식을 거행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부활의 기쁜 소식,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언제나 그러듯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이 사회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그늘진 곳이 많습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면서 실의에 잠김채 재생과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대해 구원을 받은 우리 모두는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절망과 실의가 가득 차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전하는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를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강생 구속하시어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신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신비를 우리 생활로써 증거해야 합니다. 아침 일찍 우리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처럼 예수님께서 묻히신 무덤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와 요한처럼 무덤이 비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분께서 살아 계실 때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습니다.

    부활은 죽음을 이겨 낸 생명의 승리입니다. 불신을 이겨 낸 믿음의 승리입니다. 미움을 쳐부순 사랑의 승리입니다. 예수님은 부활을 통하여 결국 진실과 진리가 승리한다는 점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분명 부활은 우리 인생에, 우리의 삶에 불멸의 의미와 보람을 주었습니다.

    부활은 성실히 진리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에 무한한 가치가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비록 우리가 진리 때문에 커다란 피해를 보고 억울하게 박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스도와 함께 죽으면 그리스도와 함께 산다는 것을 보증해 주셨습니다.

    부활이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허무하게 생각될 것이 어찌 우리의 신앙과 믿음
뿐이겠습니까?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삶, 이 세상 자체가 허무해질 것입니다. 부활이 없다면 모든 것을 허무로 삼켜버리는 죽음, 이것이 세상 만사의 최후의 승리자로 군림하게 될 것입니다. 죽음은 우리의 생명뿐 아니라 우리가 아끼고 정성껏 가꾸는 모든 것,선도, 사랑도, 정의도, 진리도 모두 허무로 돌리고 말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대로 부활이 없으면 "우리는 먹고 마시자. 내일이면 죽는다"라는 주장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삶을 긍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살아간다면 무엇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고 있는 강한 저항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원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떠나서는 어느 누구도 살아갈 수 없게끔 우리 인간을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 아우구스티노는 "주님, 당신을 위해 우리를 만드셨으니 주님 안에 쉬기까지 우리 마음은 언제나 평온하지 못하나이다" 하고 고백하였습니다.

    흔히들 후세를 긍정함은 현세를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현세가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세가 긍정되어야 합니다. 영원함이 없으면 인생은 죽음으로 마감되는 무의미, 바로 그 자체일 뿐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부활 신앙은 우리가 믿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부활 신앙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따라 인생의 의미와 인생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부활 신앙을 확고하게 지니고 살아갈 때, 우리는 늘 보람과 의미로 충일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부활 신앙에 입각하여 언제나 정의와 사랑과 진리에 바탕을 둔 정직한 삶을 살아감으로써 불의와 미움과 불신의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의 이 메시지를 힘차게 생활로써 전하고 살아갑시다.

    나주의 영성 또한 현대인들에게 부활의 신앙을 확고하게 전해주는 거룩한 예수님의 부활 성지 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