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의 향기 ♧
페이지 정보
본문
작은 영혼의 일기 님의 향기 ♡♡♡♡♡♡♡
★ 1987년 10월 23일 ★
조반 후 설거지하려는데 순례자들이 왔다. 김제 이소영 글라라 자매님이 우리
가족과 아침식사를 같이 했는데(순례자들 밥을 해서 먹일 때임) 그는 조금 남긴 밥을
전자밥통에 넣고 뒷설거지를 자기가 하겠다며 나는 순례자들을 만나라고 했다.
글라라 자매는 30년 동안 하루도 고통스럽지 않은 일이 없었는데,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잔병치레를 했기에, 남들과 어울리지도 못 했다. 심한
두통에 간장, 위장, 심장, 신장이 모두 나빴고, 머리는 두개골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으며, 계속 잠을 자는 마면증으로 의식은 있으나 누가 일으켜
주지 않으면 일어날 수가 없었고, 일으켜 줘도 걸을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잠을 잘 때는 새벽쯤 심장마비 증세가 와서 의식이 점점 사라지며
손도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일이
반복되니 '아,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죽기 전에 모든 것을
정리해야 되겠다는 마음에 성모님께 용서를 구하고자 차 타기도
힘들지만 성모님을 모신 수강 아파트에 왔었다.
그러나 앉아 있지 못하고 한 시간 이상을 누웠다가 나오는데 성모님이
계신 곳에서 심하게 피비린내가 나는 것을 맡았다. 죽기 전에 무조건 용서해
달라는 그 기도만 하며 성모님 방 벽에 기대어 그대로 날을 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니 그 많았던 통증이 모두 사라졌다. 그는 기적은 성경에 있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기적적으로 고통이 다 사라졌다고 기뻐하는 자매였다.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순례자들의 밥을 준비하려고 전기밥통을 열어본 나는
너무나 놀랐다. 밥통에는 마치 똑같은 큰 그릇에 담긴 밥을 엎어놓은 것처럼 아주
정교한 모양의 네 덩이의 밥이 있고, 그 위 한가운데에 또 한 덩이의 밥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글라라 자매에게 밥이 어디에 있어 이렇게 많이 부어
놨냐고 물었더니 아침에 조금 남은 밥을 부었을 뿐이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서른 살이나 되었지만 살림을 안 해봐서 그릇에 있는
밥을 거꾸로 부은 채 손질도 않고 두었구나.' 생각했다가 '아니, 찬밥이 집안에
없을 텐데?' 하고 의아한 마음으로 글라라 자매에게 물어보았던 것이다.
순례자들 모두가 그 밥을 보면서 경탄해 마지 않았다. 모두 함께 먹자고
불러 밥을 펐다. 단식 중이던 서울 표 요셉피나 자매님도 다섯 덩어리 밥을 보더니
큰 소리로 "오상 밥이다! 단식 중이지만 주님이 주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