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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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혼의 일기 님의 향기
★ 1986년 4월 22일 ★
오전 10시 본당 첫 토요 신심 미사에 가기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성당으로 가는 건널목인 광주~목포 간 왕복 4차선의 고속도로, 당시에는
신호등과 횡단보도도 없어 교통사고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어간 위험한 곳이다.
나는 광주에서 많은 차가 계속 내려와 한참 서 있다가 차가 거의 지나갔을 무렵
바쁜 마음으로 뛰었다. 광주에서 내려오는 차들만 신경 쓰다 보니 반대편 목포
방향에서 오는 차를 살피지 못한 채, 건너편 쪽만 보면서 뛰었는데 갑자기 바로
내 왼쪽에서 "끽" 하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나더니 목포에서 오던
고속버스가 내 몸 왼쪽에 닿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하고 또 뛰었는데 또다시 1차선에서 오던 광주행 고속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내 몸에 또 닿아 있었다. 버스에서 "아까운 젊은이 하나
죽었구먼." 하고 내다보는데 살아 있으니 "천 운으로 산 줄 알고 다음부터는
조심하시오." 했다. 그러는 바람에 그 버스 뒤에서 오던 두 대의 버스가 서 있었고
차 안에서 이를 목격했던 승객 모두가 한 마디씩 했다.
"오늘 영락없이 아까운 젊은이 하나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신의 기적이다.
기적이여!" 또는 "부처님이 돌보셨나 보다." "하늘의 돌보심이다." 또 어떤 아저씨는
"어이 처녀, 처녀는 이제 두 인생 사는 것이네." 하며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던졌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놀라시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고 머리 숙여
용서를 청한 뒤 서둘러 성당으로 달려가면서 두 대의 차 안에 타고 있던 모든
분들을 주님께 봉헌했다. 영성체 후 묵상 중에 예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예수님 : "사랑하는 나의 작은 영혼아!
오늘 미처 손쓸 수 없을 만큼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한 너를 죽음
직전에 망토를 펼쳐 차를 세워 살려 주신 분은 바로 내 어머니이시자
온 인류의 어머니이며 천상천하의 여왕이신 너의 어머니이시다."
율리아 : "주님! 제가 그렇게 위험했었나요?"
예수님 : "달리는 버스에 뛰어들었는데 위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
하고 되물으시기에 미사 오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았더니 정말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미사에 늦지 않으려고
급한 마음에 정신없이 뛰어가다 보니 그렇게까지는 생각지 못했었다.
예수님 : "사랑하는 내 딸아!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자유의지까지도 나에게 송두리째 바치고
나를 위한 희생제물이 되어, 매 순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한 사랑으로
봉헌된 삶을 살면서 생활의 기도를 끊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