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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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라고 하던 할아버지
      (1986년 9월 30일)

 

할아버지는 눈을 떠서 새 삶을 살게 되었지만 이때부터 나에 대한 본당신자들의 판단은 더욱 심해져 갔다.

할아버지 집은 나무를 때야 하는데 소나무를 사기가 쉽지 않아 여기저기에 부탁하여 한꺼번에 많이 사다가 쌓느라고 친정 어머니, 장부 또 아이들까지 모여와 나뭇단을 쌓고 있노라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무슨 꿍꿍이속이 있겠지"

하고 함부로 판단하며 수군거렸기에 나는 너무 놀랐다.

그러나 나는 '그래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누가 뭐라고 한들 무슨 상관인가.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계시는 주님 앞에 진정으로 부끄럽지만 않으면 됐지. 나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원치않아 사람들의 눈에 뜨일까봐 밤에만 다니지 않았는가?

그러나 많은  땔나무들을 쌓는 일은 밤에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일요일을 택하여 낮에 했던 것인데 또 그들에게 죄를 지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그들이 죄 짓지 않도록 더욱 숨어서 몰래 하자.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그들에게 분심을 주다니… 다음에는 밤에 조금씩 리어카로 실어다 드려야 되겠다'

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면서 나뭇단을 다 쌓아 놓고 나니 "아이고 이제 부자가 되었네. 눈도 뜨고 쌀도 있고 나무가 있으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네" 하며 기뻐하는 할아버지의 그 얼굴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가 가지고 싶었던 것을 모두 소유하게 되었을 때의 만족감을 표시하는 그런 기쁜 얼굴이었다.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내가 불편하더라도 남을 기쁘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었을 때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그래, 내 작은 아기야!

너는 늘 나와 일치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불편하더라도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의 감미로움 속에서 무한히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