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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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주님을 만난 그런 느낌이었다. (1990년 6월 15일 오후)

    

 방지거씨가 우리 집에 온지 둘째날,

그는 화장실에서 대변을 여기저기 묻혀 놓고 옷도 다 버려 놓았지만 나는 부족한 이 죄인에게 방지거를 보내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나는 방지거를 위해서 기도를 해 주고 대소변 보는 것도 가르쳐 주면서 눈짓, 몸짓, 손짓, 발짓으로 사랑을 나누었는데

처음에는 침만 줄줄 흘리며 아무 말도 못하더니 그렇게 사랑을 계속 나누자 감정이 되살아났는지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서로 대화가 조금씩 되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물어보면 목에서 "-으- -으-" 하는 이상한 소리만 나왔는데 오후부터는 차츰차츰 변화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조금씩 마음으로나마 의사소통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너무 너무 기뻤다.

나중에는 기쁘게 해주면 웃기도 하고 즐거워도 했는데

나는 고통 중에 며칠 간을 아무 것도 먹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기쁨을 되찾았다. 마치 주님을 만난 그런 느낌이었다.

주님께서 그분을 돌볼 수 있도록 힘을 주시어 사랑을 나누게 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그의 얼굴에 내 얼굴을 대고 비비며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러 줄 때면 그는 너무 좋아했는데,

그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면서 나도 주님을 만난 듯이 좋아 내 자신이 어린 아이처럼 되었고, 또한 말 잘 듣는 방지거씨가 마치 나의 어린 아기인양 부둥켜안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것이 사랑이구나.' '이것이 바로 꾸밈없는 사랑, 바라지 않는 사랑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했다.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마냥 기뻐서 '방긋방긋' 웃기도 하였고 때로는 '까르르르' 하고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였는데 그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마치 천사의 화신인냥 한없이 예뻐 보였다.

"오 주님, 나의 님이시여!

이 죄녀에게 방지거 보내주심 진심으로 감사하나이다.

제 영혼이 당신과의 일치와 사랑에서 얻는

모든 위로를 그를 위해 바치겠나이다."

 

"나의 사랑, 내 작은 영혼아!

그렇게도 좋으냐?"

 

"그럼요, 보고싶은 봉 안드레아 할아버지 대신 보내주셨잖아요."

 

"피곤하지 않느냐?"

 

"오, 나의 주님!

당신은 저를 잘 아시잖아요.

천하디 천한 이 육신은 끊임없는 병고로 신음할지라도

주님 사랑과 일치하여 일할 때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를요."

 

"그래, 너의 그 사랑 안에서 나는 끝없는 위로를 받는단다."

 

"오, 내 사랑, 내 님이시여! 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