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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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결과에 대하여 연연해하지 않았다. (1985년 12월 13일)

 

가족 공동 기도를 바친 뒤 빨래를 하고 있는데 어제 밤 함께 했던 베로니카가 찾아와 다짜고짜로 "언니 나 좀 봐" 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데?" "나하고 차분하게 이야기 좀 하자고. 응? 나는

집에 가서 언니가 나에게 해 준 말에 대하여 이해를 해 보려고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잠도 못 자고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언니에게 달려왔어. 어떻게 언니가 잘못한 거야? 우리는 추위를 무릅쓰고 5시간 동안이나 성당 제단 위에서 떨면서 기도했는데 주님께서는 어떻게 우리가 그런 봉변을 당하는데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당하도록 놔두시느냔 말이야."

어제 그렇게도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건만 한잠도 못 자고 왔다니 나로서는 참으로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주님! 진정 당신은 이 지상에서 썩어 없어질 육체를 가진 우리를 위하여 희생제물이 되시어 참으로 당신의 오묘하신 사랑과 그 깊은 경륜을 알게 하심으로써 모든 인간이 구원받도록 부르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크신 탄식과 애통함을 가지고 인간을 기다리고 계시건만 주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신께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줄 아옵니다. 그러나 베로니카의 마음에 참으로 임하시어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의 영혼을 성령의 단비로 촉촉이 적셔주시어 그의 메마른 영혼의 갈증과 갈망을 채워 주시옵소서.'

이렇게 기도한 뒤 아무 죄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받으셨던 온갖 편태와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들려주면서

"베로니카야!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성체 안에 당신의 몸과 피와 영혼과 천주성을 감추신 채 몸소 음식이 되면서까지 우리에게 오시었겠느냐. 성체는 바로 온몸을 다 내어놓으신 주님의 살과 피가 아니냐." "언니! 그것을 확실히 믿어?"

"그래, 「성경은 바로 살아있는 나의 말이니라」하신 주님의 음성을 듣자마자 나는 성경 안에 살아 계신 주님께서 나에게 해 주시는 말씀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아멘」으로 응답하여 새 생명을 얻지 않았느냐.

그래서 나는 최후만찬의 빠스카 신비를 그대로 믿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미사 참례를 하면서 성체를 모시고 있단다."

"하여튼 언니 믿음은 정-말로 대단하네" 하며 나의 말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기에 나는 그때부터 생활의 기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빨래를 하면서도 계속 말을 이었다.

"베로니카야,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생활 전체를 기도해야 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말이야.

그래서 잠에서 깨어날 때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님, 그리고 성모님, 오늘도 저와 함께 하시어 기쁨과 사랑과 평화 누리도록 삼구 전쟁에 승리하여 부활의 승리 얻게 해 주소서.'

또 더러워진 옷을 빨면서는 '주님 저는 옷을 빨고 있지만 주님께서는 저의 더러워진 영혼을 깨끗이 씻어주소서' 하며 나뿐만이 아니라 특히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해 주시는 신부님이나 수녀님들, 그리고 내 이웃의 누구라도 기억하면서 그 영혼의 때를 씻어 주시도록 기도하면 된단다. 그리고 양치질을 하면서도

'주님! 저는 지금 이를 닦고 있지만 주님께서는 저희 영혼의 나쁜 찌꺼기와 추한 냄새를 제거해 주시고 영혼을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하고 기도한다면 우리가 하루를 생활하는 동안 기도할 것들이 얼마나 많겠니?"

"언니, 그런 기도도 들어주셔?"

"그럼, 형식적으로 드리는 많은 기도보다도 비록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온전한 믿음과 신뢰심을 가지고 주님께 의탁한다면 들어주신다고 믿어. 그러나 나는 결코 결과에 대하여 연연하지 않고 오직 사랑과 믿음으로 기도할 뿐이란다. 왜냐하면 결과는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해 주신다고 확신하기에 그냥 주님께 온전히 맡기고 기도할 뿐이란다."

나는 빨래를 해서 옥상으로 널기 위해 함께 올라가면서 말했다.

"베로니카야, 계단을 오를 때에도 그냥 올라가지 말고 주님께서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며 오르자."

"주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 극심한 고통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아름답게 봉헌하신 주님을 생각하면서 네가 알고 있는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을 봉헌하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까지도 한사람 한사람 기억하면서 그들의 회개와 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주님께 봉헌하여라. 그러면 주님께서 네 마음에 임하실 것이다."

"언니, 정말 그럴까?"

"그럼, 모든 것을 주님께 온전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의탁한다면 주님께서는 반드시 너와 함께 하실 것이다. 세속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말을 잘 듣고 신뢰하며 의탁한다면 흐뭇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위하여 좋은 것 한가지라도 더 해 주고 싶어하거늘 하물며 하늘에 계신 우리 주님께서야 당신을 온전히 믿고 따르는 자녀들에게 내어 주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주님께 네 삶을 온전히 맡기고 매순간 생활이 기도화되어서 주님을 만나기 바란다.

이 언니가 부족하지만 너를 위해서 기도할게."

"고마워 언니."

나는 빨래를 털어서 빨랫줄에 널면서 말했다.

"이 때는 무슨 기도를 해야할까?"  

"언니! 무슨 기도를 해야돼?"

"응, 빨래를 비틀어 짰으니 그대로 널면 안되지?"

"당연하지 언니느-은…"

"빨래를 털어서 널며 '주님! 저는 빨래를 털어서 널지만 주님께서는 꼬이고 뒤틀린 우리의 마음을 바로 잡아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영혼이 눅눅하게 젖어 있으면 안되오니 태양이 빨래를 말리듯 주님께서는 제 영혼과 000와 000의 영혼의 눅눅하게 젖어 있는 부분도 주님의 성심의 불과 빛으로 완전히 말려 주시어 마른 장작이 불붙듯 저희 영혼도 주님께 향한 사랑으로 활활 타오르게 하시어 우리 모두 빛의 자녀가 되게 해주소서' 하고 기도한다면 주님께서 알아서 해 주시지 않겠니?"

"언니! 밤새 한잠도 못 잔 보람 있었네, 잘될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제부터 노력할게, 언니 고마워."

나는 주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주님!

만신창이가 된 저희들 영혼과 육신을 친히 어루만지시어 오상의 성혈로 씻어 주셨사오니 이 죄녀 더 많은 영혼들을 당신께 데려가기를 원하나이다. 이 몸은 오로지 주님의 도구일 뿐이나이다."

 

"아무리 작은 고통일지라도 하나도

낭비하거나 허비하지 않고 아름답게 봉헌하는 내 작은 영혼아!

생활 전체를 기도로 봉헌하면서 이웃의 죄까지도 대신 보속하려 하는 너의 그 사랑에 찬 열정은 바로 내가 원하는 사랑 실천이다. 그러기에 나는 너에게 사랑의 외투를 입혀 준 것이란다.

암흑이 모든 것을 뒤덮을지라도 너는 내 사랑의 외투를 입고 내 사랑을 전하는 증인이 될 것이니 그 마음을 소중하게 지키고 잘 간직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