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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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오상밥까지 주시다니요! (1987년 10월 23일)

 

 어느 날 집안 살림을 도와주시던 친정 어머님께서 시골집에 다녀오신다고 다음날 아침밥 지을 쌀을 씻어 놓고 가셨다.

그 이튿날 일어나서 밥을 지으려고 보았더니 씻어놓은 쌀이 조금밖에 되지를 않아 쌀을 더 씻어서 밥을 하다가 너무 늦어서 그냥 했다.

왜냐하면 그때만 해도 집에 찾아오는 순례자들에게 밥을 해서 먹여줄 때였기 때문이다. 몇 분의 순례자들과 함께 밥을 먹고 막 밥상을 물리려는데 순례자가 찾아왔다.

그때 30년 동안을 고통 중에 있다가 성모님 집에서 피비린내를 맡고 치유를 받아 성모님의 협력자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글라라 자매님이 고맙게도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여 나는 순례자를 만났다.

순례자를 만나다보니 시간이 없어 점심밥을 하지 못하였는데 둘째 딸이 낮에 밥을 먹으러 왔다.

아침밥은 순례자들과 함께 이미 다 먹은 뒤라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아침에 둘째 딸이 먹다 남은 밥을 전기 밥통에 부어 놓은 것이 있다고 하기에 "얘야 미안하다, 밥을 못했으니 네가 아침에 먹다 남은 밥을 먹고 갔다올래? 그러면 저녁에 맛있게 밥 해줄게" 했더니 엄마 말을 잘 듣던 그 애는 흔쾌히 대답했다.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어 순례자들의 밥을 준비하다가 전기 밥통을 열어본 나는 너무나 놀랐다.

밥통에는 마치 똑 같은 그릇에 담겨 있던 밥을 거꾸로 엎어놓은 것처럼 아주 정교한 모양으로 네 덩이의 밥이 있고 그 위 한가운데에 한 덩이의 밥이 놓여져 있었다.

'아니! 이 많은 찬밥이 도대체 어디서 나서 이렇게 엎어 놨을까?

그리고 우리 집에서는 설령 찬밥을 밥통에 넣는다해도 밥을 잘 털어서 골라 놓지 이렇게 그냥 엎어서 놓지는 않는데 이상하다.'

는 생각을 하다가 글라라 자매님이 그렇게 한 줄로 생각했다.

그래도 다섯 그릇의 밥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를 않았기에 그를 불러 밥통 속의 밥을 보여주면서

"찬밥이 어디에 이렇게 많이 있어서 부어 놓은 거야?" 하고 물었더니 그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힌 듯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가

"어머, 아침에 둘째 딸이 남긴 밥만 밥통에 부어놨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 밥은 없어지고 오상밥이 생겼네요" 하는 것이 아닌가?

"오, 오! 신비로움이여!

주님께서 하시고자만 하시면 못하실 일 무엇이 있겠나이까." 그 말을 들은 순례자들 모두가 모여들어 그 밥을 보면서 경탄해마지 않았다.

서울에서 온 요세피나 자매님은 금식 중이었는데도 주님께서 특별히 마련해 주신 오상밥이니 먹어야겠다며 밥을 먹었다.

그래서 그 날 점심은 그 밥으로 순례자들과 함께 모두가 배불리 먹었는데 조금도 남거나 부족하지 않게 꼭 알맞았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은 딸아이가 남겼던 밥은 어찌 되었는가 였다.

밥을 먹고 갔는지 아니면 그대로 놔두고 갔는지가 의문이었기 때문에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왜냐하면 그 애가 밥 먹으러 왔을 때가 12시 30분 경이었고 우리가 밥을 보았을 때는 1시, 그러니까 불과 30분 상간에 생긴 일이었으니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 딸아이가 돌아왔기에 "얘야, 점심 먹고 갔니?"

했더니 뜻밖에도  "네" 라고 했다.

"어디에 있는 밥 먹었는데?" "아침에 내가 남긴 밥이 밥통에 있어서 그것만 먹고 갔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놀라 또다시 물었다. "네가 남긴 밥말고 더는 없었니?"

하고 물으니 "없었어요"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우리 주님께서 당신을 찾은 자녀들을 위해서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에 오상밥을 친히 마련해 주신 것이다.

"오 오! 내 사랑, 내 주님이시여!

저희들이 도대체 무엇이간데 이토록 사랑해 주시나이까"

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내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바로 그때 주님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제까지 너의 그 사랑에 찬 지극히 거룩한 염원과 청원은 바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나의 마음이었느니라.

주고 싶어하는 너의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이었기에 내가 마련한 선물이니라. 그러니 똑바로 나를 따라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