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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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활의 기도화 (1980년 8월 27일)

  

  부부싸움 끝에 이혼까지 생각하고 미용실을 찾았던 단골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과 한참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남편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나는

"자매님이 직장 생활을 하느라고 남편과 자녀들에게 소홀히 했던 점들을 내 탓으로 돌리면서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용서해 주면 남편이 오히려 미안해서 더 잘할 거예요"

라고 했더니 그 손님은 큰 소리로

"바람피운 남편을 용서하라고요?" 하며 휘둥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펄쩍 뛰기에

"그래요, 바람은 한 순간일 수 있어요. 그러나 분열의 마귀가 두 사람 사이의 행복을 끊어 놓기 위하여 방해를 놓는다고 생각해봐요"

"아뇨, 그래도 용서가 되지 않아요. 나는 이렇게 한푼이라도 벌기 위하여 매일같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남편이란 사람이 집안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힘들게 일하는 처자식을 놔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게 사람으로서 할 도리입니까?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라며 끝내 마음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그 손님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많은 사랑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막무가내였기에 이제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기도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기분이 언짢은 날이면 머리를 자르는 습성이 있는데 이 자매님도 역시 머리를 커트 해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기도는 시작되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시어! 부족한 이 죄녀를 통하여 주님 영광 드러내소서" 하며 먼저 성호를 그은 뒤 머리를 한번 자를 때마다 "이 자매님의 교만을 잘라내 주십시오" "미움을 잘라내 주십시오" "분노를 잘라내 주십시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을 잘라내 주십시오" "자아를 잘라내 주십시오" "시기와 질투심을 잘라내 주십시오" "이 자매님과 그 가족들의 악습도 다 잘라내 주십시오"
 
등등 계속해서 기도하며 머리를 다 자르고 난 뒤 머리를 드라이기로 예쁘게 만들어 주면서 또
 
"예수님! 이 자매님의 영혼에 나쁜 모든 것들을 다 잘라내 주셨으니 이제 이 자매님의 영혼의 흐트러진 질서를 회복시켜 주시고 말살된 사랑도 회복시켜 주시며 영혼을 아름답게 꾸며 주소서.

그리하여 한 가정을 파괴시키려는 마귀로부터 해방시켜 주시고 이 자매님의 가정을 사랑이 넘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게 하시어 주님 영광 받으시고 성모님 찬미와 위로를 받으시며 우리 모두는 감사가 마르지 않게 하소서" 하고 기도하자 바로 그 순간 조용하면서도 기쁨에 찬 주님의 음성이 다정스럽게 들려왔다.
 

"내 작은 영혼아! 바로 그것이다.

그 기도가 바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기도인 생활의 기도란다.

그 기도야말로 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너의 그 기도 자체가 온유한 봉헌인데 그것은 바로 내 사랑의 심장에서 발원한 온유와 겸손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네 안에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너와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내 작은 영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