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안내양은 또다시
할아버지를 밀쳐버리고 (1981년 5월 1일)
그 자리에서 그냥 멍하게 서 있을 수만은 없었던 나는 또
다시 터미널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목적지인 북동 성당 앞에 도착하여 내리려는데 안내양이 느닷없이
몸을 잘 못쓰시는 할아버지가 빨리 내리지 않는다고 밀쳐버리는 바람에 그 할아버지가 땅으로 고꾸라지듯 떨어졌다.
깜짝 놀란 나는 안내양에게 "노인을 그렇게 밀쳐버리면 어떻게
해요" 했더니 쌀쌀 맞은 목소리로 "당신이나 노인 공경 잘 하시오" 하면서 면박을 주었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곧바로 그 할아버지를 일으켜 드린 뒤 가시는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린 후 북동 성당으로 갔더니 어떤 남자 분이 성당에서 나오고 계셨는데 나는 그분이 '신자려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성당에
들어가서 신부님이 계시는지를 물었더니
"어머, 신부님 금방 나가셨는데 못 보셨어요?"
하기에
'아, 내가 들어올 때 나가시던 그분이 신부님이셨구나' 하며 못내
아쉬웠지만 '주님께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보다' 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주님의 인도하심에 맡겨 드리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미사에는 참석했지만 이틀 간이나 성체를 못 모셨으니
그것이 바로 냉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느님을 알고 난 이후로는 어둠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잃어버린 빛을 찾기 위한 열망으로 새벽부터 일어나 목욕하고
준비기도하고 집을 나와서 석양이 다 된 지금까지도 이렇게 헤매고 있다니…
고해성사를 보고 저녁미사에 참례한 뒤 나주에 내려가려면 아주
바쁘게 서둘러야만 했는데 광주 지리도 잘 모르는데다가 아는 성당도 별로 없고 해서 성령봉사회 이 바오로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지금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성당이 어디에
있습니까?" 했더니 "응 호남동 성당에 가봐." "확실히 성사도 볼 수 있고 미사도 할 수 있어요? 제가 미사참례는 했지만 이틀 간이나 성체를
못 모셔서 영적으로 배고파 죽을 지경 이예요" 했더니
"응 그래, 그 마음 정말 좋은 마음이야, 누구한테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야, 그곳에서는 확실히 주님을 모실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봐" 하셨다.
시간이 촉박하여 택시를 타고 호남동 성당에 도착해 부랴부랴 성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모세와 지팡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수녀님이 특별 강론을 하고 계셨다.
"아이고 하루종일 헤매었는데 결국 고해성사도 못보고 성체도 못
모시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실망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늦어서 더 이상 다른 곳으로는 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무슨 계획이 있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 기왕에 왔으니 강론이라도 듣고 가자' 하고 강론 말씀을
열심히 들어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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