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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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정신병자 취급도 주님 영광 위하여 기쁘게 바치리.
     (1981년 8월 22일)


남편이 저녁이면 퇴근을 시켜주기 위하여 오토바이로 미용실에 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오토바이를 미용실 건너편에 세워놓고 미용실에 딸려있는 방에서 내가 일을 끝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이 끝난 후 집에 가려고 보니 자물쇠를 채워둔 오토바이가 없어졌다.

개인 오토바이가 아니라 농촌지도소의 관용 오토바이기에 너무 놀라 나주시내 곳곳을 다 돌아다니며 찾아보다가 즉시 주님께 봉헌했다.

"주님! 모든 것은 다 당신의 것이나이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당신께 맡겨드리오니 당신 뜻대로 하소서."

장부는 출퇴근시 매일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가 없어졌기에 할 수 없이 택시로 출퇴근하면서 다른 오토바이 살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난 뒤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녹색 오토바이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예, 그제 잃어 버렸는데요."

"녹색 오토바이 한 대가 여기 있는데 빨리 송정리 파출소로 나와서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전화를 받은 즉시 장부와 함께 송정리 파출소에 갔더니 어떤 청소년 둘이 두 손을 뒤로하고 긴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파출소 직원과 함께 오토바이를 확인해 보았더니 번호판을 떼어 버렸으나 잃어버린 우리 오토바이가 틀림이 없었다.

확인이 되자 파출소 직원이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줬다.

"오토바이 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형 오토바이인데 형이 가지라고 줘서 용돈 쓰기 위하여 팔려고 왔습니다' 하고 두 아이가 왔더랍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파출소로 전화를 해서 달려가 보았더니 번호판도 없고 열쇠도 없이 전선을 연결해서 시동을 걸어 가지고 온 것으로 보아 필경 훔친 오토바이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 둘을 어제 파출소로 데려다가 문초해 보았더니 나주 미용실 앞에서 훔쳐왔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그 직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가 벌떡 일어나니 그 아이들이 깜짝 놀랬다.

나는 '어머 세상에 저 애들이 어제부터 굶고 있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하고 생각되니 우선 아이들에게 무엇이라도 먹여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밖으로 달려나갔다. '얼마나 돈이 쓰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과 그 애들이 우리 오토바이로 인하여 죄를 짓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게 생각되어 먹을 것이라도 사다 먹일 마음으로 가게를 찾아 나선 것이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가게를 찾아 헤매다가 겨우 찾아 큰 우유 두 개와 빵 몇 개를 사 가지고 파출소로 돌아와서 그 아이들에게 주었더니 받지 않아 "왜 먹기 싫어?" "아니요." "그럼 왜 안 받아?" 했더니 파출소 직원이 "수갑을 채웠습니다" 하여 보았더니 나무 의자에 앉혀놓고 두 손을 뒤로해서 나무 의자와 손을 함께 수갑으로 채웠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나는 빵과 우유를 먹여주면서 다정스럽게 말했다. "너희들 잘못만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야. 이제는 그런 짓 하지말고 우리 함께 좋은 일 하면서 잘 살아 보도록 하자 응?" 하면서 그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었더니 그들은 그만 울고 말았다.

그때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파출소 직원들을 쳐다보았더니 그들은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빙빙' 돌리면서 '저 아줌마 돈거 아니야?'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돈 사람 취급을 받으면 어떤가. 사랑을 베풀어 그들이 회개만 할 수 있다면야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당한다해도 그 몰이해를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주님 영광 위하여 기쁘고 달게 받아야지…' 하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미소를 띄어 보이니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나를 완전히 바보 취급을 했다.

그러나 나는 이에 개의치 않고 아이들 등을 두드리면서 또다시

"이제는 이런 짓 하지 않고 착하게 살 수 있지?"

라고 했더니 그 애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였다.

'주님! 소외당하고 버림받은 저 아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어 주님 품으로 돌아와 상처받고 소외된 마음이 주님의 사랑으로 회복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 품으로 안아주소서' 하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나서 파출소 직원들에게 그 애들을 풀어달라고 간청했다.

"진짜 용서하시겠습니까?"

"그럼요, 이제는 나쁜 짓 안 할거예요."

"그러면 오토바이도 고쳐야되고 또… 돈이 드는데 그것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 비용도 우리가 모두 감당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그제야 그 애들을 풀어주었다.

모든 일을 다 처리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려고 그들에게 인사를 했더니 또 정신병자 바라보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로부터 받는 무시와 모욕을 기쁘게 봉헌하면서 주님께서 영광과 찬미와 위로 받으시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나는 오토바이를 훔쳐간 아이들이나, 또 파출소 직원들 모두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는 우리 오토바이를 밖에 놓아두었기 때문에 훔치고 싶은 충동을 유발시켜 그들이 결국 오토바이를 훔치게 된 것이니 미안했고 파출소 직원들에게는 그들이 나를 정신병자로 보지 않도록 내가 더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되는데 그렇게 보이게 한 것 또한 내 잘못이었으니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파출소 직원들에게 "이 모든 것 죄송합니다" 했더니 그들은 또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아이고 저렇게 바보 같은 여자를 데리고 사니 참 불쌍하고 안됐다' 는 듯한 눈초리로 장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주님께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기쁘기만 했다.

"오! 사랑의 감미로움이여!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 까닭에 저도 모두를 사랑할 수 있나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저를 정신병자 취급을 하거나 바보 취급을 한다해도 그들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주님께서 내 안에 사랑의 불을 놓아 주셨음이니 저는 영원히 모두를 사랑하며 당신만을 찬미하겠나이다."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죄 중에 있는 그들을 책망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과 용서로써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고 위안을 얻게 하였으며, 무시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기뻐하며 나에게 영광을 돌렸으니 너는 내 성심의 위로의 꽃이로구나."
 

나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미용실에 온 손님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었는데 오토바이를 훔쳐 갔던 그 아이들의 어머니와 누나가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 제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답니다.

우리 주님께서 해 주신 일이니 고맙다는 인사는 우리 주님께만 해 주십시오" 했더니 그래도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미용실을 떠났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주님! 저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하루빨리

주님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도록 해 주시어요."

 

"어두운 밤이 있기에 밝은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그들이 알게 될 것이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믿나이다. 오직 당신께 매인 이 몸이오니 당신 뜻을 이루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