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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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장부가「아멘」으로 응답하여 회개의 삶으로  (1982년 7월 5일)

 

철야 기도회에 늦지 않기 위하여 직장에서 돌아온 장부를 재촉했다.

그런데 늘 한결같이 순수하게 따라주던 장부가 그날따라 직장에서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던지 짜증 섞인 볼멘 목소리로

"하루라도 좀 안가면 안되나?" 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언제나 잘 따라주던 장부가 저토록 가기 싫어하는 것을 보니 오늘 받을 은총이 크겠구나.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마귀들이 그 은총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방해를 놓는 것이니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데려가야지.' 생각하고 몇 번을 권유했으나 잘 따라 주지를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래, 내가 다시 암에 걸려 죽는다면 그때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 있겠어요?" "주님! 차라리 제가 다시 암에 걸려 죽음으로써 남편이 온전히 회개하여 당신의 도구로 쓰일 수만 있다면 남편을 위하여 기꺼이 죽겠습니다" 하고 진심으로 기도했더니 장부가 깜짝 놀라며 "여보, 미안해. 갈께, 에이, 당신이 죽고 내가 살아 있으면 뭐해. 이제 나는 당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소. 그러니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기도하지 말어 응?" 하면서 오히려 기도회에 늦겠다며 서둘렀다.

우리 부부는 항상 앞에서 나란히 앉곤 했는데 이날만은 나는 앞에, 장부는 뒤에 앉게 되었다.

새벽 3시경 기도 중에 뒤에서 어떤 형제님이 '엉엉' 하고 우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 왔다. 바로 그때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던 나에게 옆의 봉사자들이 "율리아 축하해" 하여 돌아다보았더니 소리내어 울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장부가 아닌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오 주님! 제 기도를 들어주셨군요"

하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그 당시는 증언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기도회가 끝나자 장부가 느닷없이 앞으로 나오더니 증언을 하겠다고 말하여 모두들 박수로 환영했다. 장부는 울먹이며

"저는 그동안 죄인이면서도 죄인인 줄도 모르고 살아온 김 율리오입니다. 아내가 암으로 고생하고 있는데도 암에 걸려있는 줄도 모른 채 그저 직장에만 충실했습니다. 제 아내는 8남매의 장남인 저와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살아왔는데도 불평은커녕 오히려 제 동생들을 친동생들처럼 거두면서 사이좋게 지냈기에 제 남동생은 누나라고까지 부를 정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는 중에도 자청해서 90세가 넘으신 제 외할머니까지 모시고 지낸 적도 있는데 저는 그때까지도 아내가 암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단순하게 '아내는 원래 착한 성격의 소유자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저 마음으로만 고맙게 생각했지 실제로는 살갑게 대해주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그렇게 몸이 아프면서도 아프다는 말을 입밖에도 내지 않고 오히려 무정한 나를 달래주고 위로해주며 안아주고 안마까지 해주면서 언제나 '우리 다시 새로 시작합시다' 라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내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화를 내지 않고 안마를 해주는 그녀가 바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내가 아픈지 7년 만에 자리에 눕게 되자 저는 그때에야 비로소 눈이 조금 뜨였으나 깨달은 후에는 이미 때가 늦어 병원에서조차도 가망이 없다며 포기하고 아내를 퇴원시켰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함께 살아오는 동안 나와 가족 모두에게 그렇게 사랑만 베풀던 아내에게 나는 따스한 말 한마디 해 주지를 못했기에 정말로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니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를 어떡해서든 살려보고자 백방으로 손을 써 보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저는 아내를 붙들고 '여보, 천사 같은 당신이 죽게 된 것은 오로지 이 못난 남편 때문이요' 하고 울면서 용서를 청했고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절망 속에 있던 어느 날 주님께서 죽음 직전에 있던 저의 아내를 살려 주셨습니다.

저는 아내를 살려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진정으로 온전한 감사를 드리지 못했기에 오늘도 철야기도회에 오는 것을 피곤하다는 핑계로 오지 않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하승백 선생님께서 강론 중에 '사랑은 느껴야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고 하셔서 저는 그저 습관처럼 "아멘" 하고 응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하 선생님 하신 말씀이 제 가슴속에 메아리치며 마치 주님께서 저를 두고 하신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제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 아니 아내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내온 날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어 '주님,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내를 살려주신 주님께 오늘에서야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는 정말 새롭게 주님을 위하여, 그리고 제 소중한 아내를 위하여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진정한 감사의 기도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장부의 증언을 들으면서 '장부의 회개를 위하여 나의 목숨까지도 내어놓으니 주님께서 그대로 이루어 주시어 남편을 만난 지 어언 15년이 되어서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구나'고 생각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메아리는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말이 실감이 갔으며 예수님을 묵상하게 되었다.

3년 간의 공생활을 위하여 30년 간을 묵묵히 지내오셨던 예수님, 나의 삶이 비록 예수님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그런 삶이었을지라도 이제까지 내가 받아왔던 모든 아픔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 본적이 없었던 나에게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은 조건 없이 주는 것이기에 조건 없이 사랑해 왔지만 진정한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사랑을 나누어야 된다」라고 생각한 나에게는 큰 전환점이 아닐 수 없었다.

"오! 내 주님, 나의 님이시여!

감사 또 감사하나이다. 이 모든 것 그대로 이루어주소서."

 

"그래 사랑하는 내 작은 아기야!

너는 이제까지 속으로 피흘리는 모든 아픔들을「셈치고」살아왔다.

「셈치고」 살아온 그 삶들이야말로

바로 봉헌된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네가 진정으로 소망하고 부르짖으며 애원했던 모든 것들은

바로 나를 온전히 닮아가기만을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고

바랐던 것이 아니더냐.

그런 너에게 내가 해주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느냐.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어 많은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니 너는 이제 메마른 영혼들에게 성령의 열매를 따 먹여 그들의 영혼을 풍성하게 채워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