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격리시켜야 될 진성열병 (1983년 5월
3일)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성령쇄신 운동과 레지오 활동도 해야 했으니 나의 하루 하루는 그야말로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큰딸이 심하게 열이 나서 나주 소아과에 갔더니 감기라고 하여 매일 같이 병원
치료를 해 보았지만 전혀 차도가 없어 광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감기가 아니라 열병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원장에게 "입원시켜야 됩니까?"
하며
걱정스럽게 물어 보았더니 "자세한 것은 검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무슨 애들을 입원까지 시켜요" 하여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느닷없이
"열병(장티푸스)이 너무 심하니 입원시켜야 된다." 는 원장님의 다급한 말에 깜짝 놀라 입원을 시키고
나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 베드로 장모의 열병을 치유시켜 주신 것처럼 우리 딸의 열병도 치유해 주십시오…"
하며
한참을 기도하고 나니 진땀이 흘러 내렸다.
그리고 나서 딸을 보았더니 빨갛게 홍조 띈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었고 아주 예뻐 보였다.
딸은
더웠는지 덮고 있던 이불을 차버린 채 양말도 신고 있지 않아 "양말이 어디로 갔니?" 물었더니 "엄마가 기도할 때 너무 더워서 발로 밀어서
벗었어. 아마 이불 속에 있을 거야.
엄마! 아까 엄마가 기도할 때 너무너무 뜨거웠어" 라는 것이었다.
병원에 올 당시만 해도 온몸이 추워서 벌벌 떨며 전기요에다가 두꺼운 이불까지 덮었었는데 이제는 덥다며
입고 있던 옷까지 훌훌 벗어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주님께서 치유시켜 주신 것임을 알았기에
'오! 사랑의 주님께서 딸을 치유해 주셨구나' 하고 감사를 드리면서 원장님께 "열병 검사를 다시
한번만 더 해 주세요"
하고
부탁하였으나 처음에는 안 된다고 완강하게 거절했다.
왜냐하면 열병이 너무나 심하여 격리시켜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정을 했더니
"이런 아줌마 처음 본다"며 검사를 다시 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격리시켜 치료를 받아야만 할 정도로 심하다고 했던 열병 증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어 있는 것이었다.
"오, 나의 주님! 나의 님이시여! 감사하나이다.
부족한 이 죄녀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고자 딸에게 바쳤어야 될 시간들을 단축시켜 주셨으니 남은 시간들을
오로지 당신 위하여 모두 바치겠나이다."
그
날밤 딸을 퇴원시킨 뒤 몸이 무척 피곤하기는 했지만 주님께 약속드린 대로 딸의 병구완을 위해 써야할 시간들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모두
바쳤다.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손발이 되어주고 말벗이 되어주며 청소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다
먹이면서 남자는「작은 예수님」여자는 「작은 성모님」으로 생각하고 도와주다 보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비록
작은 선행일지라도 몸으로 직접 행하며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주님의 깊은 사랑을 나눌 때 느끼는 그 행복을 어찌 짐작인들 할 수
있겠는가.
이때
예수님께서 기쁨에 찬 목소리로 다정스럽게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바로 나에게 베푸는 것이란다. 너는 보잘 것 없는 이들의 가까운
벗이 되어 주고 그들의 위로가 되어 주면서 오로지 모든 영광을 나에게만 돌리려하니 내 마음이 한량없이 기쁘구나.
그러니 너는 언제나 나를 대하듯 모두를 대하기 바란다."
"네, 주님 그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이 죄녀를 통하여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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