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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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하늘이 내려준 심청이요. (1986년 9월 18일)

 

주님의 은총으로 눈을 떠서 만물을 보게 된 봉 할아버지는 서서히 나의 여기 저기를 어루만져 보시며 얼굴을 보시더니

"아이고, 아짐 목소리만 듣고도 짐작으로 얼굴이 예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오. 나 아짐 얼굴을 봤으니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겠오. 도대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요? 천사요?"

하며 기뻐하시기에 나는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를 보고 예쁘다고 해서도 아니요, 선녀나 천사라고 말해서도 결코 아니다. 그것은 바로 쥐가 수도 없이 들락거리면서 밟아 새까맣게 다져놓은 밥인 줄도 모르고 '어째서 밥을 할 때는 좋은 냄새였는데

이렇게 냄새가 고약한가?'

하고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냥 먹다가 설사도 하고 피똥도 쌌건만 약 한번 먹어보지 못한 이 불쌍한 할아버지가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기쁨과 이제 다시는 쥐가 다져 놓은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우신 사랑의 기적을 행하시어 불가능을 가능케 하신 하느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서 울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0.1%의 가능성도 없다고 했지만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음이 아닌가.

15일간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와 계셨는데 그들 모두도 이구동성으로

"참으로 꿈만 같네, 꿈만 같어" 하면서 함께 기뻐해 주었다.

"봉센, 참말로 축하하오. 봉센은 참말로 좋은 딸을 두셨오."

"예, 하늘이 내려준 심청이요. 내 어찌 이 은공을 다 갚겠오. 머리를 다 뽑아서 신을 삼아 준다해도 차마 그 은공은 다 못 갚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