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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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손뼉 치며 눈물 흘렸다. (1990년 6월 19일 다섯째 날)

 

방지거씨는 내 집에서 나와 함께 지내고 싶은 눈치였으나 노모가 계셔서 눈치를 보아야만 했다.

속으로는 내 방에서라도 재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어르신 마음을 상해 드리면서까지 그렇게 한다면 그것 또한 애덕을 거스르는 일이라 안타까운 마음을 봉헌하며 식당 방에서 주무시도록 했다.

다섯째 날 내가 그에게 토마토를 주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로

"안무어" 하고 똑똑하게 발음하여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기껏해야 "-으-,-으-" 하고 목에서 올라오는 소리로 간신히 의사 표현을 하던 그였는데 비록 정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처음으로 말을 한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운 나머지 뛸 듯이 기뻐서 손뼉 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그라든 채 잘 움직여지지도 않던 손으로 이제는 입가에 줄줄 흐르던 침까지 닦을 수 있게 되었으니, 하시고자만 하시면 못하실 일이 없으신 우리 주님의 위대한 사랑 앞에 깊은 감사를 드렸다.

하루가 다르게 참으로 놀랍도록 호전되어 가는 방지거씨를 보면서 상처가 치유되면 감정도 되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그는 지체 장애자요 행려자로 나에게 왔지만 그는 나의 친구이자 한 형제이며 하느님께 함께 가는 동반자라 생각하니 내가 고통을 더 많이 받을지라도 주님께서 그에게 광명의 빛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