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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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방지거씨를 발로 차며 구타한 운전기사. (1990년 6월 28일)

 

방지거씨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좀처럼 나에게서 떨어지지를 않으려 했다.

그래서 하루는 과자를 주면서 "여기서 이 과자 먹고 있어요. 조금 후에 시장에 데리고 갈게요 응?" 하고 달래 놓은 뒤 안집에 들어가서 잠깐 일을 보고 돌아와 보니 방지거씨가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방지거씨를 부르면서 이곳 저곳을 다 찾아보다가 '내가 시장에 데리고 간다고 했으니…' 하는 생각으로 한 형제님과 함께 매일 시장 쪽으로 가서 다 찾아보았지만 역시 그곳에도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애타게 찾아다니다가 한곳에 이르렀는데 참으로 아연실색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남자가 방지거씨를 구둣발로 차며 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택시 기사인 그는 차가 다니는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누가 주었는지 벌레먹은 복숭아를 먹고 있던 방지거씨를 발로 차고 때리다 못하여 땅바닥에 엎어진 방지거씨를 한쪽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계속해서 발로 차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욱더 놀라운 일은 바로 그 기사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천주교 신자였다.

더더군다나 그들 부부는 성당에서 열심한 신자로 소문이 나 있었고 그 형제님은 성당 신심 단체의 아주 열심한 회원이기도 했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달려 갔을 때에는 얼마나 발로 차이고 맞았는지 방지거씨는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나는 그런 방지거씨를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던가.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신자인 그가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주님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지도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니 먼저 주님께 너무나 죄송했고 그분에게도 미안했다.

방지거씨는 그렇게 흠씬 두들겨 맞았는데도 내가 기도해 주니 주님께서 친히 어루만져 주시어 몸이 거뜬해 졌고 내가 업고 다니면서 맛있는 것이며 원하는 것들을 다 사주자 마냥 좋아했다.

내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온 방지거씨는 아픈 것도 다 잊은 채 나와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울고 웃고 손뼉치며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더욱 돈독해 졌다.

"오 나의 주님 나의 사랑 내 님이시여!

당신의 아픔은 얼마나 극심하셨을까요.

인간의 존엄성은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자신의 만족을 찾아 성한 사람도 아닌 장애인을 구타하면서도 한 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 부패한 영혼에게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오늘도 제 부주의로 남을 죄짓도록 원인을 제공했으니 다음에 더 노력할게요."

 

"오! 그래, 사랑스런 내 아기야!

너는 내 안에 있고 나는 네 안에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