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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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입원한 나를 방문해온 두 자매 (1984년 8월 24일)

 

내가 기독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본당 신자 두 자매가 나를 찾아와서 "빨리 달은 쇠는 빨리 식는 법이여." 등등 신부님을 비롯해서 수녀님, 그리고 형제 자매들을 흉보는 이야기들을 계속했다.

그들의 그런 언사가 나를 압박하면서 무척 힘들게 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예, 예" 하며 공손하게 대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봉헌하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어려서부터 하느님을 알기 전까지도 남의 흉을 보는 것이 너무 싫었기에 아예 친구까지도 멀리하면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는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병자 방문 왔다는 자매들이 계속해서 신부님들이 어떻고, 수녀님들이 어떻고, 또 어떤 신자는 어떻고 등등 남을 헐뜯는 말들만 계속하여 나중에는 몸과 마음 모두가 지쳐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기에 화장실에 가야겠다며 일단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는 화장실 안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나가지 않았더니 결국 그들은 가겠다며 병실을 떠났다.

나는 그들이 떠난 뒤 화장실에서 나와 그만 울고 말았다.

'조금만 더 아름답게 봉헌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며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이웃 사랑이 부족했던

내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주님께 용서를 청했다.

"오! 사랑하올 나의 주님,

제가 이렇듯 결점이 많아요. 결점투성이인 저를 용서해 주시고

이제는 거칠게 몰아대는 허위도 사랑으로 덮어주는 슬기로써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하여 노력하겠나이다.

사랑이란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나 땀흘려 희생하는 것이요,

잃어 주는 것이기에 겨울의 모진 설한 풍도 사랑해야 한다고

늘상 되뇌이지만 또 이렇게 제 결점이 드러나고 말았군요.

그러나 님이시여!

저 이제 더 순박하게 당신께 나아가 어떠한 처지에서든지

힘잃지 않고 당신께서 손수 인도하신 그 길을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따라가겠사오니 이 몸 당신의 뜻대로 사용하소서."

 

"지극히 사랑하는 내 작은 영혼아!

모든 것을 온전히 「내 탓」으로 돌리는 귀여운 내 아기야!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 결점 없는 사람이 그 누가 있다더냐.

설사 결점이 없는 영혼이라 할지라도 나를 사랑하지 아니하며,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래서 나는 결점투성이인 영혼이라 할지라도

나에 대한 신뢰심을 놓지 않고 온전한 사랑의 마음을 바치면서

가진 바를 나누는 그런 영혼들을 더 많이 사랑한단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보아라!

성인 성녀들도 한순간에 완덕에 다다른 것은 결코 아니란다.

그들 모두도 결점이 있었지만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끝없는 노력을 거듭하면서 나의 사랑 안으로 들어 왔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란다.

잘라지고, 부서지고, 깎이우고, 다듬어지는 고통을

봉헌하지 않고서야 어찌 완덕에 도달할 수가 있겠느냐.

그러니 자신의 결점을 보면서 낙담하지 않고 현세의 모든 고통들을 나에 대한 항구한 사랑의 염원을 가지고 매순간 아름답게 봉헌하면서 나에게 온전히 내어 맡길 때 나는 너희들의 삶의 주관자가 되어 주고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다."

 

"오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전부여!

당신만이 저의 번민을 아시고 저의 이 처지를 헤아리시어

텅빈 이 몸과 마음을 채워주시는군요.

주어진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도록 손으로 잡아주시고

두 팔로 안아주셨으며 따뜻한 가슴으로 받아주시고 위로해 주셨으니

당신의 사랑과 배려에 늘 감사가 마르지 않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