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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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암환자 방문 (1985년 7월 8일)

 

내가 미용실 할 때 본당 이 수녀님께서 암환자 방문하러 가자고 오시어 하던 일손을 멈추고 수녀님을 따라 나섰다.

그는 교동에 살고 있는 젊은 자매였는데 말기암으로 병원에서도 이미 퇴원시켰기에 집에서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 집에 들어가 보니 집은 엉망이었고 이곳 저곳에서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녀님은 빨리 기도해주고 가자고 하셨지만 영혼 구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계속해서 말씀으로 그가 회개하도록 열변을 토했다.

그는 남편을 용서하지 못했고 시댁 식구들을 용서하지 못했으며,

그 동안 고통 중에 있는 그를 섭섭하게 한 이들을 모두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을 용서하도록 계속 이야기했다.

마태오 복음 18장 18절 말씀을 묵상해 주기도 하고 다른 예를

많이 들어주었다.

그랬더니 수녀님께서 "빨리 기도해 주고 가자"고 재촉하시어

"기도도 중요하지만 메마른 영혼에게는 말씀도 중요합니다. 그냥 기도만 해주면 묵정밭에 씨를 뿌린 거와 마찬가지이므로 밭을 매고 씨를 뿌려야만 좋은 싹이 나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했더니 수녀님은 "그래 묵정밭 많이 매고 와" 하고 가버리셨다.

그 뒤 한참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 이곳 저곳을 청소하는데 구더기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너무 싫어하는 구더기였지만 그 영혼의 회개를 위하여 봉헌하면서 청소를 하니 기쁘게 할 수 있었다.

'공무원인 그 자매의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아이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암으로 투병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부지런히 일을 해주고 저녁밥까지 지어놓고 집에 돌아오니 미용사들이 한번 나가면 함흥차사라고 야단이었다.

그 이튿날 그 자매가 또 걱정이 되어 찾아가니 얼굴에 화색이 돌고 기분도 무척 좋아 보였다.

그는 "자매님 고마워요. 내가 이제까지 나를 섭섭하게 한 모든 사람들을 다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했는데 자매님의 말씀에 감동되어 모두를 용서하게 되었고 어젯밤에는 남편과도 화해를 하고 아주 오랜만에 사랑을 나누게 되었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모든 영광 주님 홀로 받으소서."

 

"그래, 내 작은 영혼아!

너는 모든 영광을 나에게 돌리며 나의 진리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으니 너는 바로 내 작은 영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