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부활초에 나타나신 예수님 (1986년 3월
30일)
부활절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를 영한 뒤 자리에 돌아와 앉아 깊은 묵상에 잠기게
되었다.
묵상을 끝내고 눈을 뜨는 순간 신부님이 팔을 벌린 채 서 계시기에 나는 너무 놀랐다.
왜냐하면 내가 제대 앞에서부터 다섯 번째 칸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성체 분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시간인데 신부님께서 내 앞쪽에서 팔을 벌린 채 서 계시다니!
순간 나는 '아니! 이게 웬일이야?' 하며 얼른 신자들을 둘러보았더니 신부님께서는 한 가운데 서서
성체 분배를 하고 계셨다. 어리둥절한 나는 방금까지 신부님께서 팔을 벌리신 채 서 계셨던 곳을 바라보았더니 이게 또 웬일인가.
신부님께서 팔을 벌린 채 서 계셨던 바로 그곳에서는 부활초가 타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바로
그분이 예수님이셨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팔을 벌리고 계셨던 그분의 옷 색상은 아이보리 색이었고 신부님의 옷 색상은 흰색이었기에
확실하게 구별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활초의 빛으로 우리의 어두움을 몰아내주신 분이 바로 당신이었나이까?"
나의 가슴은 환희로 가득차 감미로움에 젖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몰아내시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온전히 태우시어 진리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
세상 모든 이들이 사랑 자체이신 우리 주님께서 비추어 주시는 빛을 받아 새롭게 부활하기를 바라시며
당신의 온 몸을 온전히 내어놓으시고 우리에게 오신 것이다.
"오 나의 사랑, 나의 주님이시여!
당신은 죄인인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나이까.
온몸을 다 내어놓으신 당신의 그 높고 깊고 넓은 사랑을 죄인인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사오리이까. 온 세상 모든 자녀들이 어둠에서 해방되어 주님 영광 드러내는 도구 되게
하소서."
"사랑하는 나의 딸아!
한 알의 밀알이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지만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일 뿐이듯 등경 위의 등불도 켜야만이 빛을 발할 수 있지 않겠느냐.
나의 온몸을 다 태워서 세상 모든 영혼들에게 빛을 비추어 주듯
나는 너의 희생과 고통을 통해서도 많은 영혼을 구하고자 하니 이는 바로 촛불의 원리와도 같음이니라."
"주님! 나의 님이시여! 부족하오나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고
등경 위의 등불이 되도록 노력하겠나이다."
(나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님께서 빛으로 세상의 모든 영혼들을 밝혀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매일
촛불을 켜 놓고 다 쓰고 버려질 몽당 초를 가루를 내어 그 촛가루를 넣을 때마다 촛가루의 숫자만큼 버려질 영혼들을 봉헌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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