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주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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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작은 예수님에게 사랑을 베풀다가 당한 봉변
       (1986년 8월 5일)

 

설악산 상봉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작은 예수님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에게 동전을 '톡톡' 던져 주고 가는 것을 보고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를 예수님으로 생각한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두 손으로 공손히 지폐 한 장을 호주머니에 넣어 주고는 기도를 해 준 뒤 안아주었다.

마침 그때 루비노 회장님이 수사 지망생인 방지거 형제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오시다가 나와 합류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그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내려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눈을 위아래로 치켜 뜨면서 질시의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징그럽고 더럽다는 식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성령 봉사자들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자매가 "어쩌면 그러실 수가 있어요?" 하기에 나는 "무엇을?" 하며 도대체 그들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몰라 바라보았더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휭'하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내 곁을  떠나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우리 이대로 돌아갑시다" 하고 술렁거리면서 이상한 기운이 돌고 있기에 내가

"이상하네요 왜들 그러세요?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했더니 모두들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나를 피하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한 봉사자가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면서 "율리아가 행동을 조심해야지" 하여 "무슨 소리예요?" 했더니 "그것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율리아 자신이 더 잘 알 것 아니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곰곰이 생각하며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왜 모든 사람들이 일시에 나에게 저렇듯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설악산에서 내려온 시간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약속 시간보다 그다지 늦지 않았는데도 "제가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며 사과까지 했는데 대관절 무엇을 크게 잘못했기에 모두들 저런 단 말인가.

메마른 영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사랑의 마음으로 내 한 몸을 아끼지 않고 그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봉사했는데 내가 다가가면 외면하고 마치 징그러운 벌레를 보듯이 했기에 '나 때문에 저들이 또 죄를 짓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설령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사람들을 이해시키며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어야할 성령 봉사자들이 오히려 그들보다 훨씬 더 심했다. 나로 인하여 판단죄를 짓는 이가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저녁 식사 후 모두 모이게 하고 왜들 그러는지 물었다.

"제가 잘못이 있는데도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큰 불행입니다.

제가 잘못이 있다면 회개하여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제가 무엇을 잘못하여 여러분이 저를 대할 때마다 왜 그러시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데 여러분이 말씀해 주지 않아서 제가 회개할 기회를 잃는다면 그 책임은 여러분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저를 보거나 대할 때 마치 징그러운 벌레 대하듯 피하고 계시는데 제가 깨달을 수 있도록 저의 잘못을 낱낱이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정말 감사히 받아들이고 고치겠습니다"

하며 간절히 청했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한 두 사람씩 모두 빠져나가 버렸고 나와 루비노 회장님만 덩그러니 남게 되자 정말로 허탈하였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성심껏 노력해 왔건만…

일시에 내 온 몸에서 힘이 빠지며 극심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 주님의 보다 큰 은혜를 나누어주기 위하여 내가 함께 가자고 청했던 성령 봉사자들이 오히려 그들보다 더욱 심했기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었다.

"오 주님! 나의 사랑이시여! 무슨 뜻이 계시나이까.

어떤 뜻이 있으시어 저에게  이런 큰 시련의 사랑을 주시나이까.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받는 고통이라면 이보다 더 큰 고통이라 한들 제가 어찌 못 받겠나이까.

그러나 주님, 저로 인하여 그들이 죄를 짓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지금 그것이 너무 안타까워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픕니다.

주님! 제가 어떠한 고통을 받더라도 그들이 죄 짓는 일만은 막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순례 길에 기쁜 마음으로 올랐건만 그들의 마음에 평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니 아마도 지금 그들은 마귀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 같사오니 주님, 당신께서 모든 것 주관하시어 영혼의 흐트러진 질서와 말살된 사랑을 다시 회복시켜 주옵소서"

하고 밖에서 혼자 기도하며 울다가 방으로 들어갔는데 한 방을

쓰고 있던 성령 봉사자들은 나를 보는 순간 고개를 틀어버리거나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며 돌아누웠고 하여튼 이들로부터 받은 무시와 냉대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주님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나의 작은 영혼아!

내가 십자가에 매달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갈 때

나의 인성이 당한 수치는 참으로 비참하였단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수치와 모욕이 아니라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이었느니라."

 

"오, 주님! 나의 사랑, 나의 님이시여!

오로지 당신만을 의지하며 당신을 따라 가겠나이다."

 

"오! 그래, 내 사랑하는 딸아!

네가 받는 숱한 고통들이 내 사랑과 자비에 일치할 때 썩어 떨어져 나갈 가지들까지도 새싹이 돋아나고 열매 맺게 할 것이다.

딸아! 너의 아픈 그 마음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만 그러나 네가 받는 고통과 모욕과 수치가 아무리 극심할지라도 그 모든 것을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더욱 아름답게 봉헌하여라.

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합일된 사랑을 나누며 나와 영원히 함께 있을 것이다."